유럽과 북미 지역에선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이 오래된 골칫거리다. 유럽에선 일자리를 찾아 지중해를 건너는 아프리카 난민들의 해상 인명사고가 빈번하다. 북미에선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진입하려는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국경에 장벽을 세우기까지 했다.
한국도 유럽과 북미 지역과 양상만 다를 뿐 이주노동자 문제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가장 최근에는 이주노동자들이 경기 북부, 전북에서 연이어 사망하면서 사회문제가 됐다. 최근 전북 지역에선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겨울 추위를 못견디고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경기 북부에선 돼지우리 옆 작은 방에서 거주하던 이주노동자가 사망하자 고용주가 이 사실을 숨기고 시신을 유기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이주노동자들을 측은하게 여기는 쪽이 있는 반면, '한국을 당장 떠나라'고 외치는 정반대 입장도 적지 않다. 한때 우리나라도 파독 간호사·광부 그리고 중동 건설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노년층들이 전자에 가깝다.
파독 간호사로 재직했던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환자 대변을 치우고 식사 수발 등을 하는 고된 업무가 이어졌다. 무시와 차별은 상상 이상이었다고 한다. 파독 광부들도 지하 1000m가 넘는 석탄광산 막장에서 중노동에 시달렸다. 더구나 파독 광부들은 일반 광부가 아닌 일반 고졸, 대졸자들이 더 많았다.
파독 광부 30년사에 따르면 1963년에서 1979년까지 독일에서 광부 65명, 간호사 44명, 기능공 8명이 사망했다. 그중 작업 중에 사망한 광부가 27명, 자살한 간호사가 19명이었다. 자살한 광부도 4명이었다.
반세기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달러벌이'를 위해 노동자를 해외로 내보냈지만 지금은 그 반대다.
지난해 국내 체류 외국인은 224만5912명으로 2021년 195만6781명에 비해 15% 증가했다. 국적별 체류 외국인 비율은 중국 37.8%, 베트남 10.5%, 태국 9%, 미국 7%, 우즈베키스탄 3.5% 순이다.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도 급증했다. 올 초 불법 체류 외국인은 무려 41만여명에 달했다. 2012년 17만8000명에 비하면 10여년 사이에 230%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국내 영세사업장들이 불법 이주노동자들을 계속 고용하면서 그 숫자가 계속 늘고 있다.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감독하고 있다고 하지만 악순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현실에 맞는 고용허가제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올바른 이주노동자 고용과 정부의 세밀한 사후 관리감독이 더 필요하다. 부적절한 이주노동자 고용이 차후 국격 하락의 빌미가 돼선 안될 것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전국부장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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