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이 10.4%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11.1%) 이후 13년 10개월 만의 최고를 기록했다. 27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빵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물가가 다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개월 만에 4%대로 내려와 둔화 기대감을 갖게 했으나 현실은 여전히 냉랭하다. 외식물가,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고 미뤘던 전기·가스료 등 공공요금 인상도 대기 중이다. 전체 물가가 다시 들썩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지수가 7% 이상 올랐다. 서울지역 냉면, 비빔밥 평균가격은 지난달부터 1만원을 넘어섰다. 치킨, 햄버거 가격은 이달부터 대부분 인상됐다.
빵, 과자,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상승세도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다. 지난달에도 10% 넘게 뛰었다. 지금 같은 가공식품, 외식비 고공행진이면 전체 물가상승 추세를 꺾기 어렵다. 더욱이 원자재, 인건비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마켓보로가 식자재 2000여개의 지난달 가격을 조사한 결과 재료 값은 1년 새 18% 올랐다. 향후 외식비가 더 인상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대통령까지 나서 속도조절을 주문하긴 했으나 전기·가스요금 인상도 피할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분기 전기·가스요금을 이번주 중 발표한다. 가스요금의 경우 지난 1·4분기 동결돼 인상 압력이 더욱 커진 상태다. 전기요금도 지난 정부에서 제때 인상분이 반영되지 못했던 탓에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럴 때일수록 경제 책임자들의 전방위 노력이 절실하다.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원가절감에 나서 과도한 인상을 억누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기업 팔을 비틀어 가격을 통제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별 소비재가격을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공정과 자율을 중시하는 정부 운용방침과도 어긋난다.
무엇보다 정부와 정치권은 물가를 자극할 정책과 입법을 자제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청년층 대상의 학자금 무이자 대출이나 기초연금 인상 등이 전형적인 선심성 정책들이다. 최근 강행 처리한 양곡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남아도는 쌀을 정부가 세금을 들여 강제로 구매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정부 재정이나 물가 관리에 역행하는 법이다. 경기는 침체의 늪에 빠졌는데 물가는 오르는 엄혹한 시국이다. 정치권의 각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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