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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스도 직원 연봉 10% 인상, '최소 3%' 기시다 경고장에 반응한 日기업들

오릭스, 부장급 중심 최대 10.4% 인상 결정
도요타, 혼다, 패스트리테일링도 사상 최대폭 수준 인상
기시다, 재계에 3% 이상 임금 인상 요청
현재 시점 800여개 주요기업 3.8% 기록

오릭스도 직원 연봉 10% 인상, '최소 3%' 기시다 경고장에 반응한 日기업들
[바르샤바=AP/뉴시스]지난 22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와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2023.03.27. /사진=뉴시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오릭스는 2023년도 그룹 직원 연봉을 최대 10.4% 인상키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사업영역 확대에 따라 업무 부담이 늘고 있는 관리직을 중심으로 급여 수준을 높여 우수 인재 이탈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당장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입 사원을 포함한 전 사원에게는 15만엔을 일시 지급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올해 임금인상률 목표치를 3% 이상으로 공식 요청,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천명한 가운데 일본 기업들의 파격 임금인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 룰' 日 임금인상 가이드

해당 보도에 따르면 일시금 지급을 포함한 연봉 인상은 오릭스 본사 외에 부동산과 자동차리스 등 자회사를 포함한 총 13개사 소속 직원 8300여명이 대상이다. 부장급은 최대 10.4%의 연봉 인상이 있을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오릭스는 최근 사모펀드(비상장 주식) 투자, 재생에너지, 인프라 운영 등 사업 영역이 다양해졌다. 각 부문에서 전문성이 보다 요구되고 있어 현장 관리직의 현실적인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만엔이 지급되는 전 사원 일시금은 연수입으로 환산하면 사원 연봉의 5.2% 정도의 상승 효과가 있다. 일본 기업의 평균 일시금 지급액인 약 6만7000엔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임금인상 사례는 오릭스 뿐 만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임금을 대폭 올리며 인재 사냥에 나서면서 임금인상폭이 더뎠던 일본은 인재 유출에 시달려왔다. 그럼에도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임금도 오르지 않았지만 물가 역시 오르지 않았기에 국민 생활이 유지됐던 덕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지난해부터는 물가가 급등하면서 이런 구조를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됐다. 가뜩이나 지지율이 낮은 기시다 내각으로 국민들의 불만은 증폭됐다. 급기야 기시다 총리는 재계에 임금인상률이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기업에 최소 3%의 임금인상을 요청했다. 그는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근로자 임금 상승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로 꼽기도 했다.

오릭스도 직원 연봉 10% 인상, '최소 3%' 기시다 경고장에 반응한 日기업들
일본 도쿄 긴자 거리

■말 한마디에 10년래 최대폭 인상

기시다의 압박은 즉각적인 효과로 나타났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일본 내 직원 연봉을 최대 40% 올리기로 했다. 도요타자동차는 노조의 요구안을 전격 수용해 20년 만에 최대인 월 5860엔을 인상하기로 했으며 혼다도 기본급을 포함한 월 1만9000엔(인상률은 5%) 인상에 노조와 도장을 찍었다. 일본 내 최대 유통업체인 이온그룹 또한 약 40만명의 파트타임 근로자의 평균 임금을 7% 이상 올리기로 하면서 비정규직 시장에서도 처우 개선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재계와 노동계의 임금 협상인 춘투가 진행 중이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취합된 805개 주요 기업 기준 임금인상률은 평균 3.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66%p 상승한 것이며 비교 가능한 2013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임금인상액은 기본급 인상과 정기 승급분을 합쳐 평균 월 1만1844엔(약 11만7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5263엔 올라갔다. 비정규직 시급 인상액도 평균 61.73엔(약 600원)으로 2013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일본의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소비세 증세 영향을 제외하면 1991년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2개월 연속 4%대를 기록했다.

다만 고물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올해 1월까지 실질임금은 10개월째 하락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