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권도형, 전우원...28일 수사 가속
[파이낸셜뉴스] 3월 대한민국 사회에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바른 청년'의 이미지를 가졌던 유명 연예인은 마약 투약 혐의로 광고계와 영화계에 타격을 입혔다. 한때 국내외에서 천재로 불렸던 인물은 50조원이 넘는 피해를 입힌 범죄자가 됐고 도피하다가 해외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하다가 검거됐다. 또 한 대통령의 손자는 집안의 비리를 폭로하는 행보 중이다.
각각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과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장본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고 전두환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은 현재 대한민국을 흔드는 이슈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다양한 영향을 주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이 27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서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3.27. bluesoda@newsis.com /사진=뉴시스
■'마약과의 전쟁', 더 강해지나
28일 경찰에 따르면 유아인은 프로포폴 상습 투약 정황과 대마, 케타민, 코카인까지 4종류의 마약류 투약 의혹을 받는다.
특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코카인 투약 의혹이다. 코카인의 경우 강력한 환각과 중동을 일으켜 필로폰, 헤로인과 '3대 마약'으로 꼽힌다. 문제는 코카인의 경우 마약류에 비해 국내에서 적발된 사례가 적었다는 점이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으로 해외 이동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에도 코카인 유통이 확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
실제 최근 국내 마약범죄 현황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사범은 총 1만8395명으로 전년 대비 13.9%가 증가해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마약 밀수와 밀매, 밀조 등 공급사범은 전년 대비 20.9%가 늘었고, 마약류 압수량도 2017년 154.6㎏에서 2021년 1295.7㎏으로 불과 5년 만에 8배가 급증했다.
검찰이 가장 심각하게 보는 것은 젊은층 마약사범의 빠른 증가세다. 전체 마약사범 중 10~20대 비율은 2017년 15.8%에서 2022년 34.2%로 불과 5년 만에 2.4배로 늘었다. 이를 30대 이하로 넓히면 그 규모는 전체 마약사범의 절반 이상인 59.7%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검경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희준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변호사는 "투약 횟수 등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법정형이 높은 밀수와 같은 행위가 없고 단순 투약에 그쳤다면 초범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집행유예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Do Kwon, the cryptocurrency entrepreneur, who created the failed Terra (UST) stablecoin, is taken to court in handcuffs, to face charges of forging official documents, in Podgorica, Montenegro, March 24, 2023. REUTERS/Stevo Vasiljevic MONTENEGRO OUT. NO COMMERCIAL OR EDITORIAL SALES IN MONTENEGRO
■국내 송환이 핵심이지만...
권도형 대표와 관련해서는 국내 송환 여부가 핵심 관심사다. 한국과 미국, 싱가포르가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지만, 권 대표를 체포한 몬테네그로 역시 먼저 단죄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갖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수하물에서는 벨기에 여권도 발견됐는데, 인터폴 조회 결과 이 역시 위조 여권으로 드러났다. 여권 위조는 몬테네그로에서 최대 5년의 징역형이 선고되는 중범죄다. 더구나 몬테네그로 현지 당국은 권 대표의 출입국 기록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공식 입국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경을 넘은 것이다. 불법 입국이 드러날 경우 이 역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 관할권에서 형사 사건의 당사자가 되면서 상황은 복잡해진 것.
몬테네그로에서 송환을 결정한다고 해도 권 대표 측이 신병 인도 결정을 놓고 소송전을 벌이 경우 송환 시일은 더 지연될 수 있다.
소송전과 함께 외교전도 펼쳐야 권 대표의 국내 송환이 가능해 보인다. 한국·미국·싱가포르 중 어느 나라로 먼저 송환할 여부를 몬테네그로 당국에서 결정해서다.
고 전두환씨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한 손자 전우원씨가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도착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연행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손자가 쏘아 올린 '검찰수사', 성과 낼까
고 전두환 대통령 일가의 비리를 폭로가 주목받은 것은 폭로자가 손자여서다. 이에 따라 전씨 일가가 은닉한 비자금 환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은 922억원에 달한다. 대법원에서 지난 1997년 내란, 뇌물수수 등 혐의로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지난 2013년 검찰이 전담팀을 구성해 서울 연희동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추징에 나서기도 했지만 지난 2021년 전 전 대통령이 사망 이후에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은 전우원씨가 제기한 의혹 관련 사건을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임세진)에 배당해 고발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관련해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전두환씨와 배우자 이순자씨, 자녀·손주 등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업무방해, 강제집행면탈 등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인 측은 "그동안 비자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3대 재산 상속을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며 "전우원씨 폭로를 계기로 철저한 재수사와 추징금 회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우원씨 스스로는 비자금 회수 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전우원씨는 "제가 공개적으로 마약을 하고도 증거가 불충분한데 저희 집안이나 제 지인이나 사회적으로 돈이 많으신 분들께서 자본력을 사용해서…"라며 "직접적으로 처벌을 받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전씨의 광주 방문과 사과 가능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첫번째 사죄가 될 수 있다. 당초 체포가 없었다면 이날 전씨는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에게 사죄하기 위해 광주를 찾을 예정이었다.
다만 마약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처벌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국내 도착한 전씨를 마약혐의로 공항에서 체포했다.
법무법인 진실 박진실 변호사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단순 투약자라 집행유예 가능성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집행유예를 단순히 선처로 볼 수 만은 없다. 집행유예 기간 넘기지 못하고 또 마약에 손을 대면, 형이 훨씬 무거워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정원일 조윤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