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보조금 심사 예고
현금흐름 등 수익지표 제출 요구
국내기업 민감한 정보 내주는 셈
초과 이익땐 지원금 토해낼 수도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법(CHIPS ACT) 지원금 신청과 관련해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전부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현금흐름 등 수익성 지표를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산출방식을 검증할 수 있는 엑셀파일 형태로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예상보다 더 강한 요구를 한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민감한 영업정보까지 공개하는 건 또다른 경영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미국 상무부는 27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보조금 신청절차를 안내했다.
지난 2월 28일 신청절차에 대한 개괄적인 안내를 한 상무부는 이날 세부지침에서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영업기밀로 분류될 수도 있는 민감한 정보도 공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예상보다 수익이 높을 경우 지원금 가운데 일정 규모를 미 정부에 반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무부는 기업의 재정상태가 반도체법에 따른 지원금 심사에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사업성, 재무구조, 경제성, 위험을 평가해 지원금 규모와 유형, 조건을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지원금 규모 등을 결정하고 이익이 예상보다 많을 경우에는 지원금 가운데 일부를 토해내도록 하기 위한 조처다.
상무부는 예시에서 반도체 공장의 웨이퍼 종류별 생산능력과 가동률, 또 영업기밀에 속할 수도 있는 예상 웨이퍼수율, 생산 첫해 판매가격과 이후 가격 변화, 그리고 연도별 생산량을 제출토록 했다. 웨이퍼 수율은 생산된 전체 웨이퍼 가운데 불량이 나지 않은 합격품 웨이퍼의 비율을 나타낸다. 실제 수율은 영업기밀로 간주되기도 한다. 예상 수율 또한 민감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상무부는 아울러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소재, 소모품, 화학품과 공장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공공요금, 연구개발(R&D) 비용 등도 제출토록 했다. 반도체 공장 가동과 관련한, 영업기밀이 될 수도 있는 민감한 정보를 포함해 자세한 현황을 모두 제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의 산출방식을 상무부가 검증하기 위한 조처이지만 지원금을 받는 기업들의 속사정을 모두 꿰뚫고 있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무부는 또 신청절차 세부지침에서 기업들이 전망하는 수익성을 시나리오별로 추산할 것과 또 기업이 지역정부를 비롯해 다른 곳에서 받는 지원금과 대출 등도 모두 신청서에 적도록 했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영업기밀 제출을 꺼리는 기업들이 투자를 철회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며 "발표된 항목들이 대부분 대외비로 공개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향후 미국 정부와 개별 기업 간의 협상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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