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설공단 유튜브 갈무리)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서울 어린이공원을 탈출해 도심을 활보하다 포획된 얼룩말 '세로'가 "부모를 잃은 후 반항하기 시작했다"거나 "삐쳤다"는 표현은 잘못된 의인화라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곰보금자리프로젝트의 대표인 최태규 수의사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귀여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사실 (그간 세로가 보인 행동은) 동물로는 굉장히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이라 동물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최태규 수의사는 지난 23일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권 동물원에서 우리 주변에 설치된 나무 데크를 부수고 탈출해 서울 시내를 다니다 마취총을 맞고 다시 포획된 얼룩말 '세로' 사건과 관련해 "얼룩말과 사람의 안전이 큰 위험에 처했던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동물원이든 동물을 기르는 어떤 곳에서든 동물의 일상적이지 않은 행동을 관리자들이 관찰하고 포착하고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이상 행동을 하는 것과 탈출의 문제는 완전히 별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서울 광진소방서가 23일 오후 2시 43분 경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얼룩말 한 마리가 탈출해 포획 작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광진구 시내를 배회하는 얼룩말 모습. (독자 제공) 2023.3.2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사진=뉴스1
그는 "동물원에서는 그 동물의 신체 능력을 감안해서 어떤 행동을 하든지 탈출을 막아야 하는 건데 50년이나 된 동물원에서 얼룩말이 부술 정도의 울타리를 방치했다는 것이 비상식적으로 느껴진다"며 이어 "동물한테 '반항했다' '싸웠다' '삐졌다' 이런 얘기들을 하는데 이건 잘못된 의인화의 전형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동물이 무서워서 일상적인 행동을 못 하는 상황을 두고 삐졌다고 표현하면 삐진 주체인 동물을 탓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는 관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 수의사는 "야생동물인 얼룩말이 사람의 의도대로 행동하지 않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래서 동물원처럼 사람의 관리를 받아야 하는 야생 동물들은 인위적으로 훈련을 통해서 사람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학습해야 한다.
그런데 반항한다는 얘기는 훈련이 부족하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어린이대공원 측이 세로의 안정을 위해 암컷 얼룩말을 데려오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탈출의 대안은 될 수 없다"며 "그와 별개로 얼룩말은 무리생활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를 맺을 대상이 필요하지만, 세로 같은 초원 얼룩말 종의 사회적 구성은 암수 한 쌍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최 수의사는 "(세로가) 무리의 구성원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인간이 의도적으로 데려온 암컷이 기존에 있던 수컷을 만족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실패한다면, 사이가 좋지 않은 얼룩말이 두 마리로 늘어나는 것"이라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