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수지 큰 폭 적자 기록에
대대적 내수 진작 대책 발표
추경호(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내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정황근(왼쪽부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추 부총리,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 사진=박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내수 활성화 대책은 총 600억원대의 여행비·휴가비 지원과 전국 130개 이상 지역축제 확대, 외국인 여행객 유치 강화 등 매우 다양하다. 정부가 경제 살리기 일환으로 수출 확대에 이어 내수 활성화 카드를 꺼낸 건 시의적절하다. 수출 활로를 찾기가 여의치 않기에 내수 활성화에서 경기 진작을 모색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수 활성화 대책은 거시경제 지표 개선과 지방경제 살리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목표다. 견조한 흑자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돼왔던 경상수지는 지난 1월 두 달 만에 45억2000만달러의 대폭 적자를 기록했다. 무려 74억6000만달러의 적자를 낸 상품수지 적자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상반기 수출 부진은 계속될 전망이어서 경상수지는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다른 항목에서 달러를 벌어들여 적자 폭을 메워야 하는데 그마저 어렵다는 점이다. 1월 여행수지는 무려 14억9000만달러 적자였다. 본격적인 여행 성수기에 접어들면 여행수지 적자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등 외국 관광객의 유입은 기대보다 저조한 반면, 우리는 국내여행은 꺼리고 해외로만 나가려 하니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수 진작책은 움츠리던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정부는 여행객들이 지역을 찾아 지갑을 열 수 있도록 다채로운 방안을 내놨다. 다만, 실제 소비로 연결시키는 데는 지방자치단체들과 지역 자영업자들의 역할이 크다. 관광 콘텐츠와 서비스의 질이 받쳐주지 않으면 일회성 잔치에 그칠 뿐이다.
요즘 지역 문화관광 상품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제기된다. 여행객들은 제주도 여행을 가느니 차라리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여행을 가는 게 낫다고 말한다. SNS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지방 여행을 다녀온 소비자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글이 오르고 있다. 형편없는 음식이나 불성실한 서비스 태도는 일반적인 불만이다.
여행객들의 발길을 아예 끊을 수 있게 만드는 건 바가지 상술이다. 맛은 떨어지고 양도 적은데 음식값은 터무니없이 높아 울화통이 터진다는 여행객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 사람들이 다시 그곳을 찾고 싶겠는가. 이러니 여행객들은 해외로 떠나가는 것이다. 바가지 상술은 외국인 여행객을 상대로도 예외 없이 날뛴다. 한국을 다시 찾아달라고 홍보하는 것조차 염치없다.
정부의 제도적·물적 지원은 한계가 있다.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소비자 유인을 위해선 서비스와 콘텐츠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 다시 찾고 싶은 관광지로 기억되려면 문화콘텐츠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질적인 바가지 상술을 뿌리뽑아야 한다. 지자체와 지역 상인들이 사고를 바꾸지 않으면 오는 관광객도 내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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