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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둔화 속에 메타버스 돌풍도 멈춰...메타, MS, 디즈니 등 축소·철수

[파이낸셜뉴스]
경기둔화 속에 메타버스 돌풍도 멈춰...메타, MS, 디즈니 등 축소·철수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던 메타버스가 경기둔화에 따른 비용절감 속에 업체들이 투자를 줄이거나 사업 부문을 아예 접는 등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가상현실 공간에 처음으로 등장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사우디아라비아의 리히얀무덤(Tomb of Lihyan). 로이터뉴스1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던 메타버스가 동력을 잃고 있다.

미래 성장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평가가 바뀐 것은 아니지만 경기둔화 속에 당장 비용을 줄여야 하는 업체들이 ‘돈 먹는 하마’인 메타버스 계획을 일단 접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이하 현지시간) 경기둔화를 앞두고 기업들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면서 메타버스 열풍이 불과 2년도 안돼 식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식어가는 열풍

월트디즈니는 지난해 야심차게 메타버스 준비팀을 꾸렸지만 이번에 7000명 감원에 나서면서 해당 부서 인력 50명을 모두 내보냈다. 부서 책임자는 대기발령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2017년 인수한 소셜 가상현실(VR) 플랫폼을 최근 폐쇄했다.

2021년 10월 아예 회사 이름까지 바꾼 메타 플랫폼스도 마찬가지다. 메타버스에 주력하겠다면서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사명까지 바꿀 정도로 열정적으로 메타버스에 자원을 쏟아 부었던 메타는 지난달 1일 실적발표 자리에서 무게중심을 메타버스에서 인공지능(AI)으로 이동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메타버스 열풍이 차갑게 식고 있다는 것은 온라인 가상 부동산 시장 침체로도 확인된다.

메타버스내 토지 거래 흐름을 추적하는 위메타에 따르면 메타버스 디센트럴랜드내 가상토지 매매가 중앙값이 1년 사이 90% 가까이 폭락했다.

기대 이하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미래 먹거리로 기대를 한 몸에 모았지만 적용 속도가 보잘것 없다.

메타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들이 워낙 고가인데다 기술 수준은 형편없어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게다가 경기둔화 여파로 메타버스가 조만간 의미 있는 수준의 매출 동력을 확보할 것이란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태다.

메타버스 관련 책도 낸 벤처캐피털리스트 매튜 볼은 “많은 이들이 조만간 현실화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들은 아직 실현되려면 멀었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

기술업체들은 경기둔화에 직면해 직원들을 내보내고 핵심적이지 않은 지출 계획은 폐기하고 있어 여전히 돈 되기는 어려운 메타버스 부문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불과 1년 반 전에 메타버스가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고 낙관했던 저커버그는 지난달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메타버스 부문을 대거 축소하기로 했다. 올해를 ‘효율성의 해’라고 선언한 저커버그는 지난해 11월 1만1000명 감원을 발표한데 이어 이달에도 추가로 1만명을 내보내기로 했다. 이 가운데에는 메타버스 인력도 포함돼 있다.

리서치업체 서드브릿지그룹 애널리스트 스콧 케슬러는 기업들이 감원을 해야 하거나 비용을 줄여야 할 경우 메타버스는 가장 손쉬운 목표라고 지적했다. 메타버스보다는 AI에 투자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더 나은 실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메타버스를 쳐내고 AI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타는 사명 변경 뒤 메타버스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주력 메타버스 애플리케이션인 ‘호라이즌 월즈’는 여전히 사용자 확보와 흑자 전환에 애를 먹고 있다. 호라이즌월즈를 비롯한 가상현실(VR)을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메타의 퀘스트2 VR 헤드셋 매출 역시 감소세다.


비록 저커버그가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메타버스가 장기투자 대상으로 여전히 관심에서 멀어진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그는 AI를 28번 언급하며 우선순위가 높은 투자대상으로 지목한 반면 메타버스는 단 7차례만 언급했다.

한편 MS는 가상현실 작업공간 프로젝트인 알트스페이스VR 서비스를 중단했다. 아바타를 통해 가상현실 공간에서 대화와 게임, 파티가 가능한 소셜미디어 앱인 알트스페이스VR은 MS가 2017년 10월 인수했지만 곳곳에서 결함이 발견되면서 결국 폐기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