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수도권 지부가 '신학기 총파업 대회'를 개최했다./사진=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우리라고 애들을 굶기면서까지 총파업을 하고 싶겠냐. 하지만 교육청에선 아무도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31일 전국적으로 실시한 총파업 현장에서 만난 정모씨(52)의 이야기다. 서울에 위치한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실무사로 일하고 있는 정씨는 최근 병원에서 폐결절 진단을 받았다. 일반 회사에서 근무하던 4년 전까지는 아무 이상 없던 폐 건강이었기 때문에 정씨의 충격은 컸다. 정씨는 폐 건강 악화의 원인을 열악한 급식실 근무환경에서 찾았다. "최근 언론에서 조리흄(초미세분진)에 대한 보도가 나오듯, 급식실에서는 일하면 고기와 야채를 기름에 볶고 튀기는 일이 잦아 연기가 자욱하다"며 "조리 공간의 환풍시설을 개선해달라고 노조 측이 교육청에 요청도 했지만,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정씨를 비롯한 급식과 돌봄 업무에 종사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울 중구 태평로에 모였다. 이들은 근로환경과 임금처우를 개선해줄 것을 교육당국에 요구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날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1만2000여명이 거리에 나섰다. 이들은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근속연수가 높아질수록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는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적정인력 충원 등 실효성 있는 학교 급식실 폐암 산재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박미향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동일 임금까지는 아니더라도 정규직 대비 80%에 준하는 임금 요구는 무리한 것이 아니다"며 "주먹구구식 차별적 임금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당국과 17개 시·도 교육감이 직접 결단을 내릴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오롯이 아이들의 밥 한 끼를 안전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그렇게 큰 죄인가"며 "시·도 교육청과 교육부 등에 살려 달라고 외쳤고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정부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인력 충원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서울 지역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방모씨(56)는 "초등학생 780여명이 수업 받는 학교의 급식실에 조리 실무사로 근무하는 인원은 5명에 불과하다"며 "조리실무사 1명당 하루에 150여명분의 급식을 만드는 셈인데,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에 불로 달궈진 조리 기구들 사이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뛰어다닌다"고 말했다.
또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김모씨(53)는 "지금까지 15년 동안 일을 해왔는데 휴가 한번 제대로 사용한 적 없다"면서 "내가 휴가를 쓰면 1사람당 300여명분의 급식을 만들어야 하는데, 정말 과로사로 쓰러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임금과 관련한 불만도 컸다.
경기 부천의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유모씨는 "우리 같은 조리실무자도 학교의 구성원인데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차별 받는 것이 너무 많다"며 "찜질방 불가마 같은 급식실에서 매일 7~8시간을 일하는데, 임금이 너무 적다.
부끄러워서 월급 규모를 남에게 이야기하지도 못하겠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급식 대란'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거리에 나와야 하는 절박함을 이해해 달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 지역 중학교에서 일하는 유모씨(59) "나 역시 조리실에서 내 본분을 다하고 싶은데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나왔다"며 "지도자라면 수하의 부하들이 처한 어려움을 잘 헤아릴 줄 알아야 하듯, 우리의 사용자인 교육부 역시 급식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헤아려 잘 다스릴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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