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폼랩스 공동 창립자인 신현성(38)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결국 해외에서 붙잡혔지만 사건 관련자들의 신병 확보가 늦어져 수사당국에 빨간불이 커졌다. 공범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권 대표를 둘러싼 미국과의 송환 경쟁에서도 명분을 놓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권도형 공범 연이은 구속 기각
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지난달 3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테라폼랩스 공동 창립자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환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사실관계는 상당 정도 규명된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에 있는 공범 수사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주요 공범이 체포돼 별도의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에는 배임수재 혐의를 받은 유모 티몬 전 대표의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법원은 이 때도 "일부 혐의는 다툴 여지가 있어 방어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간 자신감을 보여왔던 검찰로선 이들에 대한 신병 확보 실패가 뼈아픈 부분일 수밖에 없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3월28일 정례 간담회를 통해 "권 대표가 (국내로) 안 들어와도 이 자체로 입증이 충분하다고 하는 부분만 범죄 사실로 넣었다고 보면 된다"며 "신 전 대표의 개입이 애매한 부분은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신 전 대표에 대한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춘 바 있다.
Do Kwon, the cryptocurrency entrepreneur, who created the failed Terra (UST) stablecoin, is taken to court in Podgorica, Montenegro, March 24, 2023. /사진=연합뉴스
■권도형 송환 '빨간불'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권 대표에 대한 송환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권 대표는 몬테네그로 현지 검찰로부터 위조여권 관련 수사를 받고 있고, 미국 뉴욕 남부 연방지방검찰청(SDNY)도 권 대표를 기소하고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한 상태다. 싱가포르 경찰도 가상화폐 사기 관련 수사를 하고 있다.
검찰은 공범 의혹이 있는 테라·루나 관련자들이 국내에서 수사받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한국 송환 필요성을 설득할 계획이었지만 연이은 신병 확보 실패로 근거가 부족하게 됐다. 앞서 마르코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권씨가 어느 국가로 송환될지는 범죄의 중요성, 범죄인 국적, 범죄인 인도 청구 날짜 등을 기준으로 결정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루나 코인을 투자계약증권으로 보고 초기부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온 검찰 수사도 벽에 부딪히게 됐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권 대표를 제소한 것과,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토큰 증권(Security Token·ST)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며 가상화폐도 자본시장법으로 규율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을 근거로 검찰은 법원에서도 증권성이 인정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법원이 이번에도 "일부 혐의에 다툴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혀 수사 당국에 찬물을 끼얹게 된 것이다.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하면서 수사태세를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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