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방폐장
작업복·장갑 등 방사능 함유량 적은
중저준위 폐기물은 안정적 관리
사용후핵연료 처리 고준위 방폐장
영구처분시설 부지 확보 못하고
임시저장시설도 7년 후엔 포화
【파이낸셜뉴스 경주=이유범기자】 지난 3월 30일 찾은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경주방폐장과 월성원자력본부. 경주방폐장은 지난 2015년부터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운영 중인 국내 유일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이다. 월성본부에는 중수로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저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고준위 방폐장은 아직 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2030년부터 고준위방폐물 저장량 한계가 속속 도래하지만 '기피시설 1순위'인 방폐장 부지 선정은 눈치보기만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정적 관리 중인 중저준위 방폐장
이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1단계 동굴처분시설이었다. 입구에 도착하자 방호복과 안전모를 착용한 후 내부로 들어갔다. 중·저준위방폐물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의 부산물로 방사능 농도가 낮은 폐기물이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원전이나 병원 등에서 사용한 작업복, 장갑, 부품 등 방사능 함유량이 낮은 폐기물을 말한다.
입구를 지나 차를 타고 약 1.9㎞, 높이 130m를 내려가자 중앙복도를 중심으로 양 옆에 마주보는 형태로 총 6동의 사일로(저장고)가 지어져 있었다. 각 사일로의 크기는 둘레 25m, 깊이 50m다. 또 48㎜ 철근, 1~1.6m 두께의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 사일로 상부에는 이미 처분용기 하역을 위한 크레인 대기하고 있었다. 트롤리는 200L 드럼 16개 또는 8개를 담은 처분용기를 들어서 사일로에 쌓게 된다. 각 사일로의 수용용량은 1만6700드럼으로 약 10만드럼을 수용할 수 있다.
표층처분시설로 이동했다. 표층, 즉 동굴이 아닌 외부에 있는 만큼 방사능 농도가 낮은 저준위 이하 방폐물을 처분하는 시설이다. 오는 2024년 완공 목표로 현재 공정률은 약 80% 수준이다. 면적 6만7490㎡에 처분고 20개를 건설해 12만5000드럼의 방폐물을 처리할 예정이다. 사업비는 약 2600억원으로 진도 7.0 규모에도 버틸 수 있는 내진 설계를 추가했다.
■포화시점 다가오는 사용후핵연료
월성본부에서는 300기의 원통형 건식 저장시설인 캐니스터와 건물 형태인 '맥스터(조밀저장시설)'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고준위방폐물 처분시설이 존재하지 않는다. 월성 건식저장 시설은 임시로 저장하는 것일 뿐 영구처분 시설은 아니다.
경수로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내 습식저장소를 운영중이지만 저장 한계시점을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빛원전이 2030년, 한울원전 2031년, 고리원전 2032년 등 고준위방폐물 저장시설이 줄줄이 포화 예정이다. 영구처분시설은 이전에 중간저장을 할 수 있는 시설부터 지어야 하지만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하다. 현재 여야 의원 3명이 고준위방폐물 특별법을 각각 발의했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후대에 원전 사용에 대한 빚을 남기지 않으려면 특별법을 제정해 방폐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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