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한돈에 36만2000원까지 올라
‘金테크’ 관심 커지며 문의 빗발쳐
"살림에 보태려" 돌반지 내놓기도
업계는 "금값 상승에 매출 반토막"
"금은방은 죽을 맛이죠, 파는 사람만 온다니까요."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한 금은방 업주 박모씨(55)는 최근 '역골드러시'를 느끼는 귀금속거리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지난달 20일 금값이 3.75g(한 돈)당 36만20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찍었지만 실제 금은방에는 사고파는 거래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기자가 가본 대로변 금은방에도 "지금 금붙이를 팔면 얼마를 받을 수 있느냐"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코로나19 유행이 끝나고 봄을 맞아 예물을 보러 온 예비 신혼부부도 종종 보였다. 하지만 귀금속업계 종사자들은 보석 소비가 간소화하는 경향과 더불어 금값 상승으로 소비가 위축돼 "이대로면 다 굶어 죽는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매출 반토막…"얼마에 사주냐" 문의만 빗발
한국표준금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순금 한 돈을 판매할 때의 가격은 약 30만1000원. 금은방마다 29만~30만원 선에서 가격이 형성됐다. 금을 팔려는 소비자들은 여러 금은방을 돌아다니며 가격을 묻기도 했다.
실제 이날 금 한 돈짜리 돌반지를 팔아 29만9000원을 받은 권모씨(49)는 "금값이 올랐다는 뉴스를 보고 살림에 보태기 위해 나왔다"며 "엄청 많이 오른 것 같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10년째 종로 금은방에서 일하는 이채현씨(42)는 "오늘이 근래에 (금 매입시세가) 가장 비싸다"며 "다만 금 가격이 오르는 추세고, 매체를 통해서 금 가격을 접한 소비자들은 생각보다 금은방이 사주는 가격이 낮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실제 매입은 문의에 비해 많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업계로 퍼져나가는 위기
'금테크'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있지만 귀금속업계는 최근 상승세가 반갑지 않다. 고물가와 불경기로 사치품인 보석 소비는 줄고, 금값이 오를수록 거래는 줄기 때문이다.
이씨는 "업계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침체됐고,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반토막 수준"이라며 "패션보석류나 예물시장 등 카테고리는 꾸준히 축소되고 있고 그나마 금만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등 금융위기 때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아 상승했던 금값은 지난해 안정세를 보였다가 최근 다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사태를 겪으며 급격하게 올랐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기준 한 돈당 32만8000원이었던 금값은 지난 1일엔 35만4000원으로 폭등했다.
오른 금값으로 금 장신구 등 소비가 줄면서 일선 소매업자는 물론 유통, 재료, 제작·가공업 등까지 줄줄이 위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0년 넘게 귀금속 가공업에 종사한 한모씨(57)는 "주문량이 40% 정도 줄었다"며 "일반 소비자, 서민 혹은 중산층의 수요는 거의 끊긴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감염병 유행이 끝나고도 경기가 이렇게 위축되면 보석 소비가 줄어 소상공인들은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 공통적인 업계 분위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귀금속 유통 관계자 A씨도 "코로나19로 미뤄왔던 결혼식 등이 재개되며 기대했지만 금리상승, 금값상승에 예물도 더 간소화되고 있다"며 "경제가 좋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하루하루 버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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