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작년 10월 이어 또 줄여
내달부터 하루 100만배럴 감산
금융시장 불안 따른 수요감소 대비
美 "바람직하지 못한 결정" 불만
감산 발표에 WTI 8% 급등 출발
사우디아라비아 지다의 아람코 석유 시설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주도로 세계 주요 산유국들이 5월부터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를 감산한다. 유가를 반등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되는데 물가상승 등으로 전망이 불투명한 세계 경제에 부담을 줄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일(이하 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여기에 소속되지 않은 러시아 등 23개 산유국들은 3일 열리는 화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5월부터 연말까지 하루 100만배럴을 추가로 감산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외신이 보도했다.
이번 감산은 지난해 10월 하루 200만배럴 감산 합의에 이어 추가된 것으로 총 감산량은 세계 하루 원유 생산량의 약 3%에 맞먹는 규모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추가 감산이 OPEC+의 공식 회의에서 결정되지 않은 것은 해당 산유국들의 사정이 다급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추가 감산으로 그동안 수요와 공급이 비교적 안정됐던 원유 시장에 타격을 주면서 유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성명에서 현재의 불투명한 석유 시장을 감안하면 감산은 바람직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덴마크 삭소은행의 석유 애널리스트 올레 한센은 이번 감산은 금리가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보여주는 것이자 미국의 산유량이 이전만 못한 것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감산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추가 감산이 SVB 부도로 인한 금융시장 패닉이 발생한지 1개월도 못된 시기에 결정된 점에 주목했다.
에너지 애스펙츠의 연구 이사 암리타 센은 FT에 "이번 OPEC+의 추가 감산에 대해 금융 불안에 따른 수요 감소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저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국내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재원이 줄어든 러시아가 유가를 반등시키기 위해 협상을 벌였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OPEC+ 의 감산량의 대부분을 맡아 연말까지 기존 합의의 5%에 해당하는 하루 50만배럴을 추가로 감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사막에 신도시를 개발하고 홍해 리조트 조성, 관광산업 육성을 하는 프로젝트 계획을 서두르기로 했다.
미국 라이스대학교 베어커 공동정책 연구소의 중동 지역 전문가 크리스티언 오츠 울릭센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2030 계획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고유가 지속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밝혔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연말까지 50만배럴 감산을 연장할 예정이다.
이번 감산 결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간 산유량을 둘러싼 신경전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물가가 급등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직접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증산을 요구했으나 빈손으로 귀국했다. 여기에 사우디를 비롯한 OPEC+는 미국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10월 하루 200만배럴 감산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유가 안정을 위해 방출된 전략비축유를 다시 채우기 위해 원유를 수입하지 않을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구매를 기대했던 사우디아라비아를 자극시켰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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