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위기와 저출산이 '최악의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펼칠 기세다. 지금처럼 합계출산율이 1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2070년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42%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 보험료율 9%의 4.6배다. 이렇게 되면 월급 300만원인 직장인은 21%인 63만원을 국민연금에 내야 한다.
정부는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발표하면서 출산율·기대수명 등 변수를 고려한 몇 개의 '고갈'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중 최악이 '초저출산 시나리오'다. 2050년 이후에도 합계출산율이 0.98명이라고 가정하면, 연금고갈 시점은 2055년으로 동일하지만 적자 규모는 207조원으로 불어난다. 기금이 고갈되면 그해 걷은 돈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한다. 이럴 경우 월 소득에서 보험료로 내는 비율이 급속히 오르게 되는데, 초저출산을 가정했을 때 무려 42%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78명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우리는 전 세계 꼴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면서 연금개혁에도 성공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좀처럼 시원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터질 일만 남은 '폭탄 돌리기'를 하는데도 정부, 국회 어디 하나 총대를 메고 나서는 곳이 없다. 기대를 모았던 국회 연금특위는 이를 위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오는 10월 나올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에도 구체적 보험료율·소득대체율이 담길지 미지수다. 개혁안이 나오는 10월은 내년 총선까지 불과 6개월가량 남겨둔 시점이어서 정치적 논란 속에 개혁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저출산 대책도 내용 면에서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기존 정책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그 나름의 노력이 엿보였지만 '출산할 결심'을 하기에는 부족한 듯싶다.
청년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과감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국민연금 개혁과 저출산 해소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나서지 않으면 미래세대는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되고, 아예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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