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병역 의무를 피하기 위해 뇌전증을 연기한 래퍼 라비(30)가 병역 브로커와 공모해 지속적인 연기로 허위 병무용 진단서를 발급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3일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라비는 2012년 이후로 계속해서 병역을 미뤄왔다. 그러던 중 2021년 2월쯤 라비의 소속사 김 대표가 병역 브로커 구모씨(47)를 알게됐다. 김 대표는 라비의 군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두고 구씨와 면담했다. 구씨는 이 자리에서 라비가 허위 뇌전증 진단으로 5급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라비와 협의해 구씨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3월에 구씨에게 보수 5000만원을 지불하고 계약했다. 구씨는 계약서에 '군 면제 처분을 받지 않으면 비용 전액을 환불 처리한다'는 조항을 넣기도 했다.
이때부터 라비는 구씨로부터 받은 '허위 뇌전증 진단 시나리오'를 충실히 이행했다. 갑자기 실신한 것처럼 연기하고 119에 신고한 뒤 응급실에 도착해선 입원 치료 대신 신경과 외래진료를 잡아달라고 요구했다. 라비는 외래진료에서 의사에 '1년에 2∼3번 정도 나도 모르게 기절할 때가 있다'는 등 거짓말을 해 뇌파 및 MRI 검사 일정을 잡았다.
그해 4월 라비와 김 대표는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담당 의사로부터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 증상이 확인되지 않아 별다른 치료나 약이 필요치 않다'는 진단을 받았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황해 김 대표가 구씨에게 연락하자, 구씨는 "약 처방 해달라고 해. 만약에 또 그러면 멘탈 나가고 음악생활도 끝이다, 아니면 진료의뢰서 끊어달라고 해"라고 지시했다.
이에 김 대표는 다시 진료실로 들어가 의사에게 '약 처방을 해달라'고 요구해 결국 약물 치료 의견을 받아냈다.
이후에도 약을 추가 처방받은 라비는 뇌전증이 의심된다는 병무용 진단서를 받아 2021년 6월 병무청에 병역처분변경원을 제출했다. 구씨는 김 대표로부터 이 사실을 전달 받고는 "굿, 군대 면제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라비는 정밀 신체검사 전날 저녁과 당일 아침에 뇌전증 약을 복용해 소변검사를 대비했다. 소변검사에서 적절한 약물 농도가 검출되게 해 진짜로 뇌전증을 앓고 있는 것처럼 꾸며내기 위한 것이다.
결국 라비는 지난해 5월 병무청에서 5급 군 면제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두 달 뒤 약물 처방 기간 산출에 오류가 있었다는 병무청 판단에 따라 그해 9월 4급으로 재판정됐다.
한 달 뒤인 그해 10월 라비는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라비와 김 대표를 불구속기소 했다. 브로커 구씨는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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