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공중 발사에 도전했던 민간 우주기업 버진 오빗, 파산보호 신청
상장 15개월만에 파산...안정적인 기술 확보 어려워 재정난
英 괴짜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도 손 떼면서 파산
지난 1월 9일 영국 콘월주 뉴키 공항에서 버진 오빗의 보잉 747-400 기종이 로켓을 장착한 채 주기장에서 대기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항공기에 인공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싣고 고고도까지 상승한 뒤 우주 궤도를 향해 발사하는 공중 발사 방식에 도전했던 우주 기업 ‘버진 오빗’이 결국 상장 15개월 만에 파산했다. 항공기와 로켓을 조합한 방식으로 저렴한 로켓 발사에 도전했던 이들은 안정적인 기술 시연에 실패하면서 재정난을 겪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버진오빗은 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버진 오빗은 '괴짜 억만장자'로 유명한 영국의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설립한 민간 우주 관광 기업 '버진 갤럭틱'에서 2017년 분사된 회사다. 버진 오빗은 2021년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한때 기업 가치가 40억달러(약 5조2400억원)에 달했으나 2년도 되지 않아 무너졌다.
가장 큰 원인은 회사의 핵심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진 오빗은 미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 본사를 두고 개조한 보잉 747기를 이용한 새로운 로켓 발사에 도전했다. 이들은 항공기에 인공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싣고 1만1000∼1만4000m 상공까지 상승한 뒤 고고도에서 우주를 향해 로켓을 발사하는 기술을 시도했다.
그러나 실제 발사 횟수는 2020년부터 6차례에 불과했고 그중 2차례는 임무에 실패했다. 2020년 5월 첫 발사에 실패하고 이듬해 1월 처음으로 위성 궤도 진입에 성공해 가능성을 엿보게 했지만, 이후 비용 지출이 계속되는 가운데 위성 발사는 꾸준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익을 내지 못했다.
버진 오빗은 설립 이후 손실이 계속 커지면서 2021년 말 이미 적자 규모가 8억2100만달러(약 1조755억원)에 달하는 등 심각한 재정난을 맞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 발사 목표를 7차례로 잡았다가 분기마다 목표치를 낮추면서 결국 한 해 동안 단 2차례 발사하는 데 그쳤다.
특히 올해 1월 영국 콘월에서 시도한 발사가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신임을 잃었다.
버진 갤럭틱의 브랜슨은 버진 오빗에 지난 4개월 동안 6000만달러(약 786억원)를 투입했으나, 더는 지원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진 오빗은 지난달 30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비용 감축을 위해 전체 인력의 약 85%에 해당하는 675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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