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트럼프, 입막음 돈 선거 뒤로 미뤄 안 주려 했다” 맨해튼검찰

[파이낸셜뉴스]
“트럼프, 입막음 돈 선거 뒤로 미뤄 안 주려 했다” 맨해튼검찰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가 주장하는 자신과 성관계 입막음을 위해 13만달러를 주기로 했지만 지급 시기를 2016년 대통령 선거 뒤로 미뤄 이 돈을 주지 않으려 했다고 맨해튼 검찰이 기소장에서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기소인부절차를 마친 뒤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연설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포르노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입을 막는 대가로 주기로 했던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주지 않으려고 지급시기를 2016년 대통령 선거 이후로 미루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CNBC는 5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형사 기소한 맨해튼 지방검찰의 기소장을 토대로 이같이 보도했다.

검찰에 따르면 2016년 미 대선 수주일 전 당시 트럼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트럼프의 혼외정사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대가로 대니얼스에게 돈을 주기로 하고 합의했다. 혼외정사에 대해 트럼프는 부인하고 있지만 대니얼스는 그런 사실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대선을 앞 둔 트럼프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문제였다.

트럼프는 혼외정사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결국 코언을 통해 대니얼스에게 돈을 주고 입막음 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돈을 주지 않기 위해 버티려 했다.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방검찰청장에 따르면 트럼프는 코언에게 대니얼스에게 돈을 주는 것을 ‘가능한’ 늦추라고 지시했다.

브래그는 트럼프가 코언에게 “선거 뒤로 지급 시기를 늦출 수 있다면 아예 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면서 “그 때가 되면 그 사실이 공표돼도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브래그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변호사들과 대니얼스, 내셔널인콰이어러지 편집국장간 이메일, 문자 메시지로 볼 때 코언이 “가능한 지급을 늦추려 했다”는 점이 입증된다.

트럼프가 대선 이후로 지급 시기를 늦추도록 지시했다는 주장은 트럼프가 “범죄를 은닉하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는 브래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도 있다.

전날 공개된 기소장에 따르면 브래그는 트럼프가 기업 회계장부 조작과 관련해 34개 중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브래그에 따르면 트럼프가 결국에는 코언을 통해 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고 결국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대통령이 됐다. 코언이 우선 합의금을 주고 2017년부터 트럼프재단을 통해 돈을 받았다고 브래그는 주장했다. 기소장에서 브래그는 트럼프가 이 돈을 변호사 비용으로 회계처리했다고 밝혔다.

현 트럼프 변호사인 조 타코피나는 트럼프가 당시 대니얼스에게 돈을 지급한 것은 대선용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대선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브래그는 전날 기소장에서 트럼프가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인 캐런 맥두걸의 성관계 주장을 무마하기 위해 압박한 정황도 밝혔다. 기소장에 따르면 출판사 아메리칸미디어잉크(AMI)가 맥두걸에게 2016년 대선을 앞두고 그와 성관계가 있었다는 주장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트럼프 선거캠페인 진영과 함께 15만달러를 줬다. AMI는 이같은 사실을 2018년 시인했다.


아울러 AMI가 트럼프에게 혼외자식이 있으며 트럼프가 이 아이를 돌봐왔다고 주장하는 트럼프타워 전직 도어맨에게도 입막음용으로 3만달러를 지급했다는 내용 역시 기소장에 나와있다.

맨해튼 검찰은 대니얼스, 맥두걸, 도어맨 등에게 지급한 이 세 건의 입막음 돈은 언론사가 독점적으로 기사화하는 조건으로 취재원에게 돈을 지급하는 이른바 ‘캐치 앤드 킬(catch and kill)’ 방식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브래그 맨해튼 지방검찰청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