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신입생 열전
임춘건 이사장 직무대리 "폴리텍, 누구나 성장 기회 찾을 수 있어"
패션디자인과 수업 중인 배우 이동현씨
[파이낸셜뉴스] 드라마 '호텔 델루나' 등에 출연한 현직 배우가 한국폴리텍대학에 입학해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기술로 세계 제패 포부를 품은 청년도, 코로나19로 무대에 오르지 못한 연극배우도 폴리텍대학에서 새 도전에 나선다.
폴리텍은 6일 올해 입학한 신입생의 다양한 사연을 공개했다.
현직 배우 이동현씨(19)는 서울강서캠퍼스 패션디자인과에서 어린 시절부터 관심 있던 패션 공부를 시작했다. 앞서 같은 과를 졸업한 누나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영화 '브로커' 등에 출연한 이씨는 "체계적으로 패션을 공부하고 배우로서 탄탄히 필모그래피를 쌓은 다음 내 정체성을 담은 브랜드를 출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연극무대에 서던 홍재웅씨(26)는 스마트팩토리 기술자로 인생 새 막을 열기 위해 폴리텍에 입학했다. 고교 2학년 때 극단 생활을 시작한 홍씨는 예술대학에 진학해 연극 외길을 걸었지만 공연계가 코로나19에 잠식되면서 떠밀리듯 새 일을 찾아야 했다. 이후 전자부품 제조업체 생산직으로 17개월간 계약직 근무를 하다가 함께 일하던 반장의 권유로 구미캠퍼스 AI전자과에 입학했다. 그는 10개월간 스마트팩토리 운영 관리 실무를 집중적으로 배울 예정이다.
인천캠퍼스 산업디자인과 김채환씨(19)와 전우진씨(19)는 고교 동창이자 기능계 라이벌이다. 두 친구는 구미전자고 3학년이던 지난해 전국기능경기대회 그래픽디자인 직종에 출전해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은 5월에 있을 국제기능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준비와 학업 병행에 바쁘다. 김씨는 "폴리텍은 기술 숙련에 최적화된 환경"이라며 "어렸을 적부터 키워온 세계대회 제패와 기술 명장이라는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기분"이라고 했다. 2D 그래픽디자인 중심이던 고교 과정과 비교해 전공 교과 선택 폭이 넓고,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교수님의 세밀한 지도에도 만족하고 있다.
천문학도 정주호씨(30)는 디지털 신기술을 배워 '새로운 우주' 메타버스를 내 손으로 구현해 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정씨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천문대에서 4년4개월 일하고, 폴리텍 광명융합기술교육원 증강현실시스템과에 입학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천문교육을 하다가 메타버스 활용 가능성에 주목해서다. 정씨는 "증강·가상현실(AR·VR) 기술이 적용되는 산업 분야가 넓어지는 걸 보면서 관련 기술을 익혀 기존 전공과 융합하면 효과적인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아이디어를 구조화하고 프로그래밍해 콘텐츠 완성도를 높여갈수록 성취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임춘건 폴리텍 이사장 직무대리는 "폴리텍은 국민을 위한 평생 직업능력개발 기관답게 누구나 도전과 성장의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며 "저마다 시작점은 달라도 능력과 적성을 살려 사회로 진출하는 데 꼭 필요한 경로가 되겠다"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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