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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내립니다" 저출생 직격탄 맞은 소아청소년과..의료체계 붕괴 우려

"간판 내립니다" 저출생 직격탄 맞은 소아청소년과..의료체계 붕괴 우려
경북 경산의 한 소아과병원을 방문한 어린이가 진료를 받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아픈 아이들을 고쳐 주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왔지만, 오늘 자로 대한민국에서 소아청소년과라는 전문과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달 29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소청과의사회) 회장이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 인사'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다.

저출생 현상 심화와 코로나19를 겪으며 극심한 경영위기에 빠진 소청과가 '전문과 폐과'를 선언하며 소아청소년 진료체계 붕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소청과 레지던트 확보율까지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생에 일부 도시에서 산후조리원 수가 급격히 주는 것도 모자라 아예 소아청소년과가 문을 닫아야 하는 극단의 상황까지 내몰리면서 앞으로 소아청소년들에 대한 의료체계 붕괴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6일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1개 대학병원의 2023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기본정원+별도정원) 결과 소청과의 모집정원 확보율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청과의 확보율은 2021년 36%, 2022년 22%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전체 레지던트 모집정원 확보율인 84.1%에 비해 월등히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로인해 소청과 레지던트 모집정원이 있는 50개 대학병원 중 76%에 해당하는 38개 병원이 단 한 명도 레지던트를 확보하지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모집정원을 모두 채운 병원은 서울대병원이 유일했으며 50%를 넘긴 병원은 순천향대서울병원, 아주대병원, 울산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4곳뿐이었다.

반면 모집정원을 모두 확보한 진료과목은 성형외과, 정형외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정신건강의학과, 안과, 신경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10개 과목이 있었다.

소청과 전문의들이 꼽은 병원을 유지할 수 없는 가장 큰 원인은 '경영난'이다.

소청과의사회는 그동안 소청과를 지탱하던 예방접종이 대부분 국가사업으로 편입됐고 접종 시행비는 14년째 동결하거나 100원 단위로만 올라 비급여 항목 진료가 거의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임현택 소청과의회 회장은 "지난 10년간 소청과 의사들의 수입이 28%나 줄어들어 병원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며 "지난 5년간 소청과 의원 662개가 경영난으로 폐업했는데도,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30년째 동결"이라고 말했다.

또 환자 보호자들과의 잦은 갈등으로 소청과 기피 현상이 심해졌다고도 봤다.

이에 소청과가 필수진료과목인 만큼 인력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에서 자녀를 키우고 있는 A씨는 "이전보다 소아과가 많지 않아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기 어려울 때도 있다"며 "건강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긴급대책반을 구성해 상황을 점검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대책 발표 이후 소청과학회, 지역사회 병·의원 등과 소통해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보완대책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은 지난 5일 "제도적으로 저출생에 따라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있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