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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커플링 반대' 한목소리 시진핑·마크롱, 속내는?

-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고, 프랑스는 미·중을 상대로 실익

'디커플링 반대' 한목소리 시진핑·마크롱, 속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6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프랑스 기업인위원회 제5차 폐막식'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과 프랑스 정상이 특정 국가를 산업망이나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반대에 한목소리를 냈다.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고 프랑스는 미·중을 상대로 실익을 챙기겠다는 속내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7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프랑스 기업인위원회 제5차 폐막식’에서 “디커플링과 공급망 단절은 중국의 발전 과정을 막을 수 없다”면서 “중국 측은 유럽 측과 거시 정책 조율을 강화하고 경제·무역 및 과학 기술 교류의 정치화 및 무기화에 반대하며,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과 안정을 공동으로 지켜 협력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같은 자리에서 “프랑스는 중국과 상호 존중하고 진지하게 대화하고, 차이를 포용하며 개방 및 혁신을 장려하길 원한다. 프랑스와 중국의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힘 합쳐 심화하고, 각 영역에서 양측의 협력이 중요한 진전을 지속해서 거두도록 추동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중국은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줄기차게 미국을 디커플링 주도국으로 겨냥해 왔다. 미국이 반도체 등 첨단 기술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동맹국과 함께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는 것 자체가 ‘디커플링’이라는 게 중국의 논리였다. 또 ‘중국의 굴기’를 막기 위한 전략이라고 규정해왔다.

반면 프랑스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이나 홍콩민주화문제 등과 같은 미국의 일부 반중국 정책에 동조를 하면서도 중국과 완전히 단절하지는 않았다. 미중 양국 사이에서 한쪽으로만 치우치기엔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크롱 대통령이 에어버스, 알스톰,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전력공사(EDF) 등 프랑스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50∼60명을 방중 행렬에 동참시켰다는 점에서도 중국 방문 이벤트의 목적을 추정할 수 있다.

프랑스 정부 입장에선 자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금 개혁안 문제에 대한 관심을 밖으로 돌릴 수 있다는 기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현재 정부가 정년 연장을 골자로 연금 개혁을 추진했지만, 주요 노동조합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프랑스 여론조사 기관 엘라브는 최근 가상대결 조사에서 지난 대선과 같은 구도로 지금 선거를 다시 치를 경우 극우 정치인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가 마크롱 대통령을 큰 표 차이로 꺾고 당선될 것이라는 내용을 공개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