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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money]26년째 중소기업 대출 더 하는데 '연체율 두배'...지방은행이 당국에 읍소한 이유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 시중·지방銀 각각 40%, 60%
연체율은 지방은행이 시중은행보다 ‘두 배’ ↑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지방은행이 40%p 높아
지방銀 “규모, 조건 다른데 동일 규제? 형평성 어긋나”

[출근길money]26년째 중소기업 대출 더 하는데 '연체율 두배'...지방은행이 당국에 읍소한 이유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방은행들이 은행권의 자본확충과 충당금 추가 적립을 추진 중인 금융당국에 한목소리로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60%로 묶인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이 26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시중은행의 두 배에 달하고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으로 자산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지방은행의 특수성을 고려해달라는 호소다.

시중·지방銀 평균 중소기업대출 연체율·대손충당금 적립률(5개년)
(%)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대손충당금 적립률
기준 *시중은행 **지방은행 기준 시중은행 지방은행
2018년 말 0.35 0.68 2018년 말 142.5(a) 87.4(a)
2019년 말 0.31 0.59 2019년 말 137.1 96.1
2020년 말 0.28 0.54 2020년 말 172.3 116.5
2021년 말 0.24 0.39 2021년 말 216.5 148.5
2022년 말 0.28 0.37 2022년 말 256.7(b) 193.0(b)
평균 연체율 0.29 0.52 증가폭(a > b) 80.1 120.8
(금융감독원 / *: 국민, 신한, 우리, 하나, SC, 씨티은행 / **: 경남, 광주, 대구, 부산, 전북, 제주은행)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방은행장들은 지난 6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금융당국에 “현재 60%인 중소기업의무대출 비율을 시중은행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개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 의무대출 제도는 대출증감분의 특정 비율만큼 금융기관이 의무적으로 중소기업에 대출을 실행하는 제도다. 지방의 중소기업을 부흥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실행됐다. 현재 시중은행은 대출 증감분의 40%, 지방은행은 60% 이상 중소기업에 대출 해줘야한다.

문제는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에 비해 중소기업에 대출을 더 많이 해주는 상황에서 연체율은 두 배 가까이 높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 말까지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의 평균 연체율은 0.52%로 시중은행(0.29%)보다 0.23% 높았다.

이같이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늘어나면서 부실 우려가 커지자 이에 대비하기 위한 대손충당금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지방은행의 지난해 말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93%로 5년 전(87.4%)에 비해 120.8% 늘어났다. 시중은행이 같은 기간 80.1% 상승한 것보다 40.7%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우량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주담대로 영업해왔지만 지방은행은 부실 가능성도 크고 대손충당금도 많이 잡히는 중소기업 대출에 매진하면서 수익성을 거두기 쉽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등 4대 핵심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은 은행이 예상되는 손실에 비해 대손충당금·적립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은행에 대손준비금 추가적립을 요구하는 제도다. 당국은 올해 2·4~3·4분기 중 신용팽창기에 자본을 최대 2.5% 추가 적립하고, 신용 경색이 발생하면 이 의무를 완화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도입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지방은행은 ‘소화불량’이라는 의견이 터져 나온다. 시중은행에 비해 자산규모가 현저히 작고 중소기업 연체율도 더 큰 상황에서 강도 높은 충당금 규제도 동일하게 적용될 경우 성장세 둔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로 인해 여신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꾀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자산규모도 현격히 차이 나는 시중은행과 동일선상에서 비교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의 자산 규모와 성장세 차이는 매우 극심한 상태다.
금융경제연구소가 발간한 ‘지방은행의 역할과 지역경제발전 관계 분석’에 따르면 지방은행 중 가장 큰 자산규모를 가진 부산은행이 지난해 말 기준 80조7400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큰 규모인 KB국민은행과 비교해 10분의 1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규모 차이가 컸다. 또 지난 2016년까지 시중은행보다 높았던 지방은행의 평균 총자산 증가율은 2017년부터는 훨씬 하회한 수준으로 성장세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은주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대출비율이 높은 지방은행의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음에도 의무대출 유연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면서 “지방은행을 둘러싼 제도적 한계와 지역 경제 악화, 핀테크·빅테크 등장에 따른 새로운 플레이어와의 경쟁 및 비대면 거래 확산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방은행의 역할만이 강조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