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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란듯… 中, 유럽·중동과 밀착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 고조]

매카시 회동에 대만 포위 군사훈련
獨·佛 등과는 경제 무기로 정상외교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대만은 압박하고 유럽과는 손잡고'.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의 행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의 회동에 중국은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군을 만들기 위해 미국에 우호적일 것 같은 유럽 국가는 물론 중동 국가와의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 보란듯 대만 포위 군사훈련

AFP통신 등 외신들은 9일 대만 국방부를 인용해 지난 24시간 동안 대만 주변에서 '젠(殲·J)-10' 전투기와 '훙(轟·H)-6K' 폭격기 등 71대의 군용 항공기와 군함 9척이 감지됐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대만섬 주변에서 8~10일에 걸쳐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을 한다고 밝혔다. 중국군은 10일 푸젠성 핑탄현 앞 대만해협에서도 실탄사격 훈련을 한다고 알렸다.

중국군은 이번 훈련에 대해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분열세력과 외부세력의 유착·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주장했다.

앞서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은 9박10일 일정으로 미주 방문일정을 마치고 7일 귀국했다. 차이잉원은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에서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하기도 했다. 중국은 자국의 일부인 대만 지도자가 미 하원의장(정부 서열 3위)을 따로 만났다며 반발하고 차이잉원 귀국에 맞춰 훈련을 시작했다.

9일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들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INDSR) 쑤쯔윈 연구원은 이번 훈련이 지난해 8월에 비해 강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유럽·남미·중동과 친밀도 강화

중국은 대만에 대한 압박과는 달리 '경제'를 무기로 정상외교에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일부터 7일까지 중국을 방문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열렬한 환대를 받았다. 중국은 마크롱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맞춰 에어버스 항공기 160대와 헬리콥터 50대 구매에 합의했다. 또 컨테이너선 핵발전소, 담수화플랜트, 화장품, 금융상품, 돼지고기 등 분야에서도 20여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 대신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과 함께 디커플링 반대에 한목소리를 내줬다.

1월 취임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조만간 중국을 방문한다. 프랑스처럼 자국 기업인이 대거 동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은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등 신흥경제 5개국 모임) 멤버 국가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시 주석이 직접 방문해 끈끈한 유대를 자랑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경제사절단을 대거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고, 지난달에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중국을 찾았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를 보면 올해 1월부터 시 주석, 리창 총리,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 등과 전·현직 정부 고위급이 대화를 나눈 국가(축전 제외)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벨라루스, 캄보디아 등 40개국이 넘는다.

이란과 사우디의 경우 중국이 관계 정상화의 '중재자' 역할을 했다. 이로써 미국·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 중국·러시아와 이란 등 시아파 국가로 나뉘었던 지정학적 구조 변화도 예상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