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빈 방문 마치고 돌아온 마크롱, 美中 갈등 지적하며 거리 두기 나서
유럽이 美의 中 포위전략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
미국과 유럽, 유럽과 프랑스 등 서방 내 분열 두드러져
대만 문제에도 "中 입장 이해해야" 발언 논란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왼쪽)과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7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쑹위안(松園) 정원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EPA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주 중국을 국빈 방문했던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귀국 직후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미국을 무조건 따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독일 도이체벨레(DW) 방송에 따르면 마크롱은 9일(현지시간) 프랑스 경제 일간지 레제코와 인터뷰에서 경제 및 외교 정책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블록과 블록의 대결에 말려들고 싶지 않다”며 유럽이 “유럽의 것이 아닌 혼란과 사태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만 문제를 언급하고 “유럽인에게 대만과 관련된 갈등이 커진다고 해서 해당 문제와 관련된 이해관계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다’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크롱은 “유럽인들이 대만 문제를 놓고 미국의 리듬이나 중국의 과잉대응을 쫒아 다닌다면 그것이야말로 최악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왜 다른 쪽에서 고른 리듬을 타야 하나?”고 반문했다. 마크롱은 EU가 "오랜 기간 동안 전략적인 자율성을 얻지 못했다"며 EU 회원국이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EU가 지정학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아닌 제 3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크롱의 이번 발언은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서방의 단결을 촉구했던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입장과 엇갈리는 것이다. 마크롱은 지난 5~7일 중국을 국빈 방문해 이례적인 환대를 받았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번이나 만났다. 마크롱은 6일 회동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을 겨냥해 특정 국가를 국제 공급망에서 단절시키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방문에는 마크롱 외에도 에어버스 등 프랑스 연관 기업 대표 50명이 동행했으며 중국에서 막대한 계약을 따냈다.
그러나 마크롱과 같은 시기에 방문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마크롱과 정 반대로 냉대를 받았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마크롱이 공항에 도착하자 중국 외교부장이 직접 마중 나왔지만 폰 데어 라이엔은 일반 승객처럼 공항 입국장을 통과했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EU 회원국들이 중국을 상대하는 방식이 제각각이며 그로 인해 EU 차원에서 중국을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중국도 이를 알고 있다며 EU 대표자인 폰 데어 라이엔보다 프랑스의 마크롱을 우대하여 EU가 개별 국가에 비해 종속적인 위치처럼 묘사했다고 분석했다.
마크롱은 9일 인터뷰에서 미국 및 아시아 무기에 대한 의존을 지적하고 “유럽의 군수 산업은 수요를 맞추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매우 빈약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유럽이 중국을 이해해야 한다며 “유럽인들은 유럽의 통합이 걱정이며 중국인들도 그들의 통합을 걱정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만도 그들의 입장에서는 통합의 구성요소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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