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 고위인사 도청 의혹에
김기현 "제3국 개입 가능성 배제 못해"
尹 국빈 방문 앞두고 논란 희석 의도
대통령실은 신중한 반응
겉으로는 침묵, 내부선 불만 터져나와
미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위치한 미국 중앙정보국(CIA) 본부 로비. (자료사진)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정부 인사에 대한 감청 의혹을 놓고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제3국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실은 대응 수위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감청 의혹에 대한 대응은 여당에서 보다 유연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우선 사실 확인이 필요한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자체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 사안이 불거지면 누가 이익이 될지 잘 살펴봐야 한다. 그런만큼 제3국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까지 진상조사가 안되기 때문에 어디까지 사실인지 파악하는게 선행돼야 한다"며 "러시아와 미국 간 여러가지 갈등이 있는 것을 보면 이 문제에 대해 국익에 부합할 조치가 무엇인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군 기밀 문건이 소셜미디어에 유출된 사건과 관련,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들을 감청해온 정황이 드러났다고 지난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셜미디어에 유출된 미국 기밀 문건에는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등 외교안보 라인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 여부를 놓고 대화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보도 이후 미국 당국은 적극적인 부인을 하기 보다 조사에 나서겠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해당 기밀 문건이 가짜뉴스일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여당에선 반발 보다 러시아 등 '제3국 개입' 이슈로 논란을 희석시키려 하고 있다.
당 최고위원인 태영호 의원은 SNS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가짜뉴스를 퍼트릴 가능성은 없는지도 고려해야 한다"며 "한미 양국 사이가 벌어지면 가장 득 보는 나라는 다름 아닌 북한, 중국, 러시아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대척점에 선 국가들"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의 이같은 움직임과 달리, 대통령실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사실 확인이 먼저라는 것으로, 외신 보도에 흔들리기 보다 사실 확인부터 먼저하는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미국의 감청 의혹 이슈가 거론됐으나 관련 언급은 자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당장 이달 하순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이 예정된 상황에서 감청 이슈가 한미동맹 강화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통령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미국 정보당국의 감청 이슈에 대한 대응 수위를 어느 정도로 조절할 지를 놓고 고민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미 정보당국에게 감청당한 것으로 보도된 당사자들에 대해 진상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며 "보도 내용도 사실인지 알아보는게 먼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에 대한 감청이 이뤄진 의혹 자체를 놓고 대통령실 일각에선 불쾌함을 숨기지 않고 있다.
또 다른 핵심관계자는 "미국이 감청 의혹을 인정하지도 않겠지만. 감청 논란으로 동맹국들만 망신당한 모양새가 됐다"며 "감청이 한두번 있던 일도 아니라 해도 의혹이 드러난 것에 대해 적어도 우리가 불쾌하다는 의사표현은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내에서도 향후 감청 이슈로 논란이 일파만파 확대될 수 밖에 없어, 미국도 자신들의 미숙한 업무처리로 인해 한국정부가 받을 부담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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