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전광판에 원숭이두창 감염병 주의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난해부터 해외에서 원숭이두창(엠폭스)이 유행하면서 국내에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환자수가 급증할 수 있어서다.10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2023년 4월 4일까지 전세계 110개국에서 8만 6838명의 엠폭스 환자가 보고됐고 112명이 사망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6월 22일 첫 엠폭스 환자가 확인된 이후 최근까지 6명의 엠폭스 환자가 보고됐다.
5번째 환자까지는 해외여행 시 감염되거나 환자를 검사하던 의료진이 감염된 것으로 지역사회 감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7일 확인된 6번째 환자의 경우 최근 3개월 이내 해외 여행력이 없어 국내 지역사회 감염이 의심되는 첫 사례로 보인다.
원숭이두창, 지난해부터 갑자기 증가
엠폭스는 지난 1958년 실험실 사육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중앙 및 서부 아프리카의 풍토병으로 발생해왔다.
증상은 두창(천연두)과 비슷했지만 치명률은 3~6%로 두창보다 낮았다. 대부분의 감염은 바이러스를 보유한 설치류, 영장류 등의 동물과 사람이 접촉했을 때 이뤄졌고 사람 간 전파는 가능하지만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2022년 5월 이후 유럽과 북남미를 중심으로 동물이 매개되지 않은 주로 남성 간 성접촉(MSM)을 통한 엠폭스 환자 수가 급증했고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언이 내려졌다.
엠폭스는 대부분 2~4주 앓고 나면 자연 치유되기 때문에 사회적 낙인 등을 우려해 진단에 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문제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면서 여성, 임신부, 소아 및 고령층 환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상대적으로 유행이 심하지 않았던 아시아 지역도 꾸준히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일본이나 대만의 경우 최근 지역사회 감염이 보고됐다. 그리고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은 엠폭스 진단 시스템 미비로 애초에 정확한 유행 파악이 어렵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향후 엠폭스는 종식되지 않고 사람 간 전파되는 일반적인 성병과 같이 전세계에 토착화돼 계속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연구위원회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엠폭스는 국내에 충분한 치료제와 백신이 구비돼 있어 조기에 진단되면 위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따라서 성관계 파트너, 가족, 의료진 등을 통한 지역사회 전파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여행력이 없더라도 3주 이내 성접촉력이 있으면서 서혜부(사타구니) 림프절 비대가 동반되고 성기 및 항문 부위에 수포성 발진이 발생하는 경우 반드시 엠폭스를 의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여행 다녀오면 의심해야
전세계적으로 보고된 엠폭스 환자의 95% 이상이 남성이고 확진자의 상당수가 HIV 감염자로 확인되고 있다.
엠폭스의 증상은 발열, 두통, 발진, 림프절 비대 등으로 초기에는 수두, 홍역, 일반 성병과의 감별이 어렵다. 최근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엠폭스 발생 지역에서 3주 이내 성접촉력이 있으면서 서혜부(사타구니) 림프절 비대가 동반되고 성기 및 항문 부위에 수포성 발진이 발생하는 경우는 반드시 엠폭스를 의심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지역사회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해외 여행력이 없더라도 엠폭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단에 임해야 한다. 엠폭스는 대부분 입원 치료가 필요하며, HIV 환자나 면역저하자의 경우에는 드물지만 사망할 수 있다.
진단이 늦어지면 본인도 위험하지만 가족과 의료진도 감염 위험에 노출된다.
엠폭스는 성접촉 등의 밀접한 피부 접촉을 통해 주로 감염되지만, 구강에 물집이 있는 환자가 기침하면 타인에게 호흡기 비말 전파가 가능하며, 환자의 피부 병변을 만지거나 환자의 의복이나 침구류를 접촉하는 의료진과 가족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엠폭스는 국내에 충분한 치료제와 백신이 구비돼 있다. 국내에 확보돼 있는 3세대 두창백신 '진네오스'는 최근 발표된 엠폭스 고위험군 대상 연구들을 종합하면 단 1회 접종만으로도 78~79% 정도의 예방효과가 확인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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