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 팀장 신준호 부장검사가 10일 오전 서초동 검찰 청사에서 마약 및 총기류 동시 밀수 적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검찰이 약 1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필로폰과 미국에서 소지하고 있던 총기류를 미국 이삿짐으로 위장해 국내에 유통하려던 밀수사범을 검거해 재판에 넘겼다. 마약과 총기를 함께 밀수했다가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팀장 신준호 부장검사)은 필로폰 및 총기 밀수사범 A씨(49)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 총포·도검·화약류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 미국 LA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필로폰 3.2kg과 45구경 권총과 실탄 50발, 모의 권총 6정을 이삿짐에 숨겨 선박편으로 보내 같은 해 9월 부산항으로 들여온 혐의를 받는다. 약 8억원상당의 필로폰 3.2kg은 약 1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A씨는 지난달 필로폰 0.1g을 가열해 연기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투약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미국 영주권자로 국내에서 학업과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 LA 등에서 '딜러'라 불리는 마약 판매상 생활을 해오다 부모님의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과로 들어온 첩보를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A씨가 다른 마약사범과 통화한 내역을 확보한 검찰은 미국 마약단속국(DEA)과의 공조를 통해 A씨의 정보를 파악했고,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A씨 주거지에서 필로폰 약 3.2kg과 총기, 실탄 50발 등을 확보하고,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A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토대로 A씨가 미국 마약 조직과 연계해 국내 판로를 물색하던 중 검거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국내 마약상과 접촉하기도 했으나 검거 당시까지 국내 유통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A씨는 필로폰 투약과 총기 반입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마약 밀수 혐의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현지에서 이삿짐을 부쳐준 친구가 필로폰을 짐 속에 넣었고, 이를 뒤늦게 발견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총기 반입 이유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 주거지에서 발견된 가스발사식 모의권총 6정은 살상력 등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추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밀수 경위와 추가 범행 여부 등을 계속 조사하는 한편 DEA와 공조해 연계 조직에 대한 수사도 이어갈 방침이다. 마약 거래를 통해 얻은 범죄 수익이 특정되면 몰수·추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A씨를 기소해 마약의 국내 대량 유통을 차단하고, 총기사고를 사전에 방지했다"며 "마약류의 국내 유입 및 유통 차단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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