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가 제안, 재력가 부부 수락한 정황
법조계 "이경우 자백, 책임 줄이려는 의도"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로 구속된 용의자 3인조 중 이경우(36)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주범 이경우가 황대한과 공모해 범행을 처음 제안했고, 재력가 유모씨와 황모씨 부부가 이를 수락한 뒤 범행 전후에 걸쳐 적극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앞서 구속된 유씨에 이어 황씨도 구속했으며, 이경우의 아내 또한 피해자를 살해하는 데 활용된 마취제를 전달한 혐의로 입건했다.
9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언론브리핑을 열어 최초로 납치·살인 범행을 이경우가 먼저 제안했고, 유씨·황씨 부부가 동의해 이경우에게 범행 자금 명목으로 착수금 등 7000만원을 지급하는 등 범행 전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주범으로 알려진 이경우가 (범행을) 유씨 부부에게 제안한 것인지, 유씨 부부가 이경우에게 교사한 것인지에 따라서 주범이 바뀔 수 있는 만큼 이경우에 대한 조사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형사3부장)은 최장 20일 동안 보강 수사를 진행한 뒤 3인조를 기소할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강도살인 교사 혐의를 받는 재력가 유씨 부부와 피해자 부부, 이경우가 가상화폐 ‘P코인’ 투자와 관련해 금전적 갈등이 있었고, 이 원한이 청부살인까지 이어진 것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
검찰은 3인조의 납치·살해 및 사체유기로 이어지는 범행 과정과 함께, 조만간 송치될 유 씨 부부의 살인 교사 정황을 종합적으로 조사해 연관성을 확인할 방침이다.
유씨 부부가 먼저 납치·살인을 교사했다면 유씨 부부가 주범인 만큼 제일 중하게 처벌받아야하고, 이경우가 먼저 유씨 부부에게 제안했다면 이경우가 주범이므로 이경우가 가장 중하게 처벌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데일리안 보도에 따르면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이경우가 자백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자기 책임을 줄이기 위해 유씨 부부에게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경우의 진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다른 증거나 정황이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률사무소 율샘)는 “이경우와 유씨 부부의 관계, 특히 이 사건 범행과 관련된 경위 등을 조사해 우선 유씨 부부가 얼마만큼 이 범행에 관여했는지를 검찰이 밝혀야 한다”며 “또 이 사건 범행의 원인이 ‘가상화폐 투자와 손실’로 전해졌는데, 과연 그것이 맞는지, 어떠한 방식으로 가상화폐 투자와 손실이 발생했는지, 이 범행과의 관련성은 무엇인지 등이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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