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천연물 바이오 국가산단 조성
원주는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춘천 국책사업 도전 ‘백전백패’ 오명
일각 "도지사와 소속 정당 다른 탓"
市의원 "내부서 원인 찾아야" 지적
개장 1년도 안돼 금융위기를 맞았던 춘천 레고랜드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춘천=김기섭 기자】 국가 정책사업에서 강원도내 3대 주요 도시중 춘천시는 잇따라 제외되고 있는 반면 원주와 강릉은 최근 수혜를 보면서 '춘천 소외론'이 재확산되고 있다. 11일 강원도 지역계에 따르면 '춘천 패싱'은 이번 정부만의 일은 아니다. 과거 1차 혁신도시·기업도시 선정, 방사광 가속기 유치, K-바이오 랩허브 구축, 제3정부통합전산센터 등 이전 정부에서도 내내 진행됐던 문제다. 춘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난해 5월 개장한 레고랜드조차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경기도 용인에 여의도 면적(290만㎡)의 2.4배, 300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지방에도 14개 국가첨단산업단지를 새로 조성해 반도체·미래차·우주 등 첨단산업을 육성키로 했다.
다행히 강원도에서는 강릉이 유일하게 '천연물 바이오 산업단지'로 선정됐다. 도내 3번째 국가산업단지로 선정된 강릉시 구정면 금광리 일원에 조성되는 국가산단에는 3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원주는 반도체클러스터 후보지로 경기 용인이 선정되면서 반도체산업단지 조성에 차질이 빚어졌지만 아직 낙담하기에는 이르다. 강원도는 국비 200억원을 확보한데 이어 도비 130억원, 원주시비 130억원 등 총 460억원을 투입해 원주에 반도체교육센터를 신축할 예정이다.
반면 춘천은 최근 진행된 국책사업에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지난 9일에도 강원도는 미래차 육성과 관련된 정부 공모사업 2건에 최종 선정, 국비 160억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대상지는 원주와 횡성으로 정해졌다.
춘천시의 국책사업 유치실패는 이번 정부 들어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춘천시는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3350억원 규모의 대형 국책사업인 'K-바이오 랩허브' 구축 유치사업에 뛰어들었으나 고배를 마셨다.
2020년에는 직간접 경제효과가 무려 10조원대로 추정되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전에 뛰어들어 경북 포항, 전남 나주, 충북 청주와 경쟁을 벌였으나 1차에서 탈락했다.
춘천시 국책사업 도전은 '백전백패'라는 오명은 2004년 태권도공원 유치부터 본격화됐다. 춘천시가 4년간 뜨겁게 유치경쟁을 벌였던 태권도공원 유치전쟁에서 실패하며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어 2005년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유치경쟁에서 모두 원주에 패했다.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를 모두 가져간 원주시는 이후 인구가 계속 늘어 3월말 현재 36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춘천시는 수십년째 인구 30만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후에도 △2013년 제3정부 통합전산센터 유치실패 △2016년 국립한국문학관(600억원) 유치실패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분원 유치 실패 △2020년 스타트그린도시(100억원) 유치 실패 등 국책사업 유치 실패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국책사업에서 소외되자 일각에서는 "강원도지사와 춘천시장의 소속 정당이 달라서 그렇다"라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 민선 7기에서는 강원도지사와 춘천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음에도 각종 국책사업 유치에서 실패했다는 점에서 패싱 원인을 '소속 정당'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윤민섭 정의당 춘천시위원장(춘천시의원)은 "중앙정부나 강원도 중점사업에서 춘천시가 많이 밀리면서 춘천 소외론이라는 위기감과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며 "정치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어 정치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지금은 내부적으로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ees26@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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