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빅토르 오르반(오른쪽) 헝가리 총리가 2월 여당 정책회의에서 미국을 3대 주적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는 미 중앙정보국(CIA) 기밀문서로 보이는 문서가 유출됐다. 오르반 총리가 2019년 10월 30일 헝가리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부다페스트에서 정상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
미국의 국가기밀 문서 파장 충격이 헝가리로 확대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이하 현지시간)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유출된 정보 문서에서 헝가리 총리가 여당의 3대 주적 가운데 하나로 미국을 꼽았다고 보도했다.
한국 대통령실 도청 문건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미국의 도·감청 기밀이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 파문이 헝가리로 확산된 것이다.
유출된 기밀 문서인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에 따르면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미국을 여당인 피데스당의 3대 주적 가운데 하나로 간주했다.
헝가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이지만 오르반 총리 집권 이후 미국, 나토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한편 러시아, 중국과는 유대가 강화되고 있다.
지난달 2일자로 돼 있는 ‘CIA 정보 업데이트’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2월 22일 정책 전략 회의에서 미국을 주적 가운데 하나로 포함했다. CIA는 이후 그의 반미 수사 수준이 점점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이 정보 업데이트에서 CIA는 이 정보 소식통을 미 대사관이라고 밝혀 미국이 헝가리 여당의 회의를 감시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미 국무부는 성명에서 국방부와 정보기관들이 이 문서의 진위에 관해 검토하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은 “미 당국자들은 이 문제에 관해 동맹, 파트너 국가들과 고위급 접촉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무부는 이 정보들을 어떻게 얻었는지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정보 수집 방법은 공개하지 않는다며 함구했다.
WSJ은 헝가리 총리가 미국을 3대 주적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는 이 문건이 실제 유출된 것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여러 세부 내용들로 볼 때 진짜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편 헝가리는 러시아, 중국과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교장관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와 새 에너지 협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시야르토 장관은 지난해 계약한 장기 공급물량보다 더 많은 가스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헝가리는 중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외교 수장인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권 위원이 올해 초 헝가리를 방문해 5연임에 성공한 오르반 총리를 만나기도 했다. 미국은 중국이 헝가리에 과도하게 투자하고 있다며 헝가리의 높은 중국 의존도를 우려하고 있다.
헝가리는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는 최초로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 참여할 예정이다. 중국 철도망이 세르비아와 헝가리를 연결하는 계획에 합의했다. 돈은 중국이 댄다.
헝가리는 아울러 중국 화웨이의 중국 이외 최대 공급 센터이기도 하다.
또 헤지펀드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돈을 댄 부다페스트 센트럴유럽대학을 축출한 오르반은 대신 그 자리에 중국 후단대를 유치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남부의 명문 후단대 헝가리 캠퍼스는 중국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EU 역내에 세워지는 중국 대학이 된다.
헝가리는 중국의 경제적 지원도 받고 있다.
지난해 중국 배터리업체 CATL이 헝가리 동부 데브레센에 70억유로를 들여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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