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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불법외화 송금 CEO 제재엔 "신중해야" 한은과 갈등설은 "오해"

이복현, 불법외화 송금 CEO 제재엔 "신중해야" 한은과 갈등설은 "오해"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일 오전 대구은행 본점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4.03. lmy@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2일 이상 외화송금 거래와 관련한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 최고경영자(CEO)를 제재하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금융당국의 미세금리 조정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한은과 아예 다른 입장에서 금융당국의 정책이 취해졌다는 해석은 오해"라고 반박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대면 생체인증 활성화 정책토론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복현 "불법외화 송금 사태 관련 CEO 제재는 신중한 입장"
이 원장은 "불법외화 송금으로 인해서 적절한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행장 등 CEO를 제재하는 게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사실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국내 은행 12곳과 NH선물 등 13개 금융사를 검사한 결과 84개 업체에서 122억6000만달러(약 15조9000억원)가 넘는 규모의 이상 외화 송금 거래를 통해 외국환거래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확인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금융회사별로는 NH선물이 50억4000만달러(약 6조5000억원)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23억6000만달러), 우리은행(16억2000만달러), 하나은행(10억8000만달러), 국민은행(7억5000만달러), 농협은행(6억4000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지난달 말 9개 금융사에 대해 사전 제재 통지문을 보냈는데 은행장은 제재 대상에서 일단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외화송금 사건과 관련한 본격적인 제재 절차는 이르면 오는 20일 제재심의위원회 안건 상정을 통해 시작될 전망이다.

이 원장은 "이상 외환거래 제재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대상이 누구이고 (징계의) 정도가 어떻게 될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은행에) 사전통지가 된 상태라서 아마도 은행장 등이 제재 대상에 1차적으로 포함이 안 됐다는 것은 언론에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부통제와 관련된 것들은 과거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 때나 라임펀드 사태 이후에 내부통제 미마련으로 인한 법률적 책임이 어느 정도 범위인지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법원에서도 있었고 그것을 중심으로 금융당국에서도 그 전에 보류했던 (제재) 절차들을 진행 중인 것으로 다 알고 있지 않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결국 금융위원회 중심으로 금감원이 협력해서 하고 있는 내부통제 미마련의 위법 기준과 요건을 정하는 절차가 올해 안에 진행될 텐데 (불법외화송금 제재도) 그래서 결국은 그것과 연계돼서 결론이 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준비 중인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통과되기 전까지는 불법외화송금을 비롯해 내부통제 미비를 이유로 CEO에게 책임을 묻기 쉽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은행장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은행 직원들의 범죄 행위가 CEO의 내부통제 관리 부실에 따른 것으로 입증돼야 하는데 지배구조법 개정 전에는 관련한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한은-금융당국 시중금리 미세 조정 갈등설에 대해서는 "오해"
한은에서 금융당국의 시중금리 미세 조정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아예 다른 입장에서 금융당국의 정책이 취해졌다는 해석은 오해"라며 "일요일마다 경제부총리, 한은 총재와 함께 금융당국 수장이 모여 통화·금융 정책에 대한 입장과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모이는 'F4 비공개 회의'에서 금융당국에 대해 "금리를 너무 미시적으로 조정하려 하지 말라"고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는 보도에 대한 해명이다.

이 원장은 "기업의 자금 조달 방식을 보면, 은행에서 조달하는 방식과 시장에서 조달하는 방식이 있다"면서 "우량물과 비우량물의 갈림이 심해져서, 사실상 비우량물로 분류되면 시장 조달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기관 대출의 경우에도 조건이 굉장히 나쁜 상태에서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해 큰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상대적으로 가계의 경우에도 최근 은행권의 상생금융 노력 등으로 부담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여전히 금리 상승기 이전과 비교해서는 두 배 이상의 금리 부담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가계의 어려움도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은과 함께 소통하며 정책을 시행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통화정책이 어떤 강도로 얼마나 빨리 전파돼야 물가가 안정되는지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 견해가 갈린다"며 "오히려 물가안정 과정에서 과도한 구조조정으로 채무불이행에 빠지는 가계의 규모가 너무 빨리 늘어날 경우 이는 금융시장은 물론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밸런스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정책을 하고 있으며, 한은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yesji@fnnews.com 김예지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