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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찾은 룰라 브라질 대통령, 하필 '화웨이' 방문...美·中 신경전

-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를 받는 대표적 중국 기업, 멍완저우는 중국의 영웅
- 룰라 대통령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

중국 찾은 룰라 브라질 대통령, 하필 '화웨이' 방문...美·中 신경전
‘중남미 좌파의 대부‘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남미 좌파의 대부‘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의 대표적인 제재 대상인 화웨이의 연구개발(R&D)센터를 방문키로 하면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요 외신이 12일 보도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상하이에 도착해 15일까지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13일 상하이에 있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혁신센터를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은 화웨이가 각국 통신망에 ‘백도어’(인증을 받지 않고 망에 침투할 수 있는 수단)를 심어 기밀 정보를 빼낸다고 본다. 민간 기업으로 위장한 중국의 사실상 정보기관이라는 게 미국의 인식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2020년 9월 자국 기업은 물론 미국산 장비를 사용해 부품을 생산한 외국 업체들도 미 정부 승인 없이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최근 들어선 퀄컴, 인텔 등 미 반도체 기업의 화웨이에 대한 기술 수출 허가증을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비롯해 D램, 통신용 모뎀칩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품을 미국·대만 기업들로부터 공급받기 때문에 미국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따라서 룰라 대통령이 화웨이 혁신센터를 방문하는 것 자체가 미국 입장에선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화웨이는 이달부터 창업자 런정페이의 딸인 멍완저우가 순환 회장을 맡으면서부터 신형 스마트폰 연속 출시, 대화형 인공지능(A) 챗GPT 응용 기상모델 발표, 중동본부 이전 검토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멍완저우는 미국 사법당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3년 가까이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다가 지난 2021년 9월 중국으로 돌아왔고, 중국은 그를 영웅으로 칭송해왔다.

한편 룰라 대통령은 12일 오후 상하이에 도착해 신개발은행(NDB) 본부를 찾는 등 공식 일정에 돌입한다.

NDB는 서방이 주도하는 금융 체제에 대항하기 위해 2015년 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브릭스가 주도해 설립한 국제 금융기구다. 이어 14일에는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며 양국 관계 및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룰라 대통령의 방중 기간 보건, 농업, 교육, 금융, 산업, 과학, 기술 등 분야에서 20개 이상 양국 간 거래가 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