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작·자전거래 등 방치
불공정 행위 처벌 법제화 시급
국회 가상자산법 뒤늦게 논의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배경인 퓨리에버 코인(가상자산)에 시세 조작 세력이 가담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관련 처벌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법에 가상자산을 편입해 자전거래 등 시세조종 행위를 원천 차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퓨리에버 코인, 시세조작 혐의
1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 제1부(부장검사 이승형) 가상자산 비리 수사팀은 "최근 강남 납치, 살해사건의 배경이 된 퓨리에버 코인의 경우 발행재단이 영세하고 부채비율이 높았지만 거래소에 단독 상장됐다"며 "상장 직후 시세조종을 통한 시세조작 행위로 다수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했고 결국 살인이라는 비극적 사건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남 납치 살인 사건의 배경으로 주범으로 지목된 재력가 유모씨 부부가 퓨리에버 코인의 투자 실패를 두고 피해자 A씨와 민·형사 소송을 벌이는 등 원한을 품은 끝에 이경우를 시켜 A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인 투자를 둘러싼 갈등이 청부살인으로 이어졌다는 판단이다.
퓨리에버 코인과 같은 이른바 '김치코인'의 구조적 비리도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김치코인은 국내 또는 내국인이 발행한 코인으로 대부분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인을 말한다.
수사팀은 지난 11일 시세조종 목적으로 발행된 암호화폐를 상장하는 대가로 수십억원의 뒷돈을 준 코인 상장브로커 2명과 이들로부터 금품을 제공받고 코인을 상장시켜 준 거래소 임직원 2명을 모두 구속했다. 검찰은 거래소 임직원과 상장 브로크간 유착이 의심되고 '마켓 메이킹(MM)'이라 불리는 코인 시세조작, 재단과 브로커, 거래소 임직원까지 이어지는 불법 이익 공유구조 역시 문제가 불거진 원인이라 보고 있다.
■불공정행위 처벌 필요
가상자산 시장이 사기꾼의 놀이터로 전락한 데에는 여전히 법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가상자산은 관련 업권법도 없는데다, 자본시장법을 적용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증권사의 기업실사와 가치 산정 등 엄격한 상장 과정을 거쳐야 한다. 부실이 드러나거나 시세조종이 적발되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는다. 반면 가상자산 업권법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지난 2021년 5월 '가상자산업' 법을 발의했으나 여야는 최근에서야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가상자산 범죄는 주로 자전거래 등을 통해 시세를 조작해 타인에게 물량을 넘기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이 자전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며 "가상자산이 증권으로 인정받게 된다면 자본시장법으로 자전거래 행위를 처벌할 수 있지만, 현행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가상자산 범죄는 사기죄로 처벌하기도 어렵다"며 "사기죄는 기망행위로 인한 인과관계 있는 손해를 개인별 금액으로 입증해야 한다. 가상자산 거래는 가상자산 지갑 등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수사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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