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의회 통과 이틀만에 e메일 징집 통지 법안 서명
e메일 수신이 아닌 송신 시점에서 효력, 징집 회피 원천 차단
2차 동원령 임박 의혹 증폭
지난 11일(현지시간) 촬영된 러시아 정부 전자 행정 포털 '고수슬루기(Gosuslugi)' 화면.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9월 부분 동원령으로 예비군 약 30만명을 징병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병역 회피를 원천 차단하는 전자식 징병 통지 법안에 서명했다. 러시아 안팎에서는 푸틴이 2차 징병을 준비하고 있으며 지난해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손을 썼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푸틴은 14일(현지시간) 소집 대상 징집병과 예비군에게 징집을 통보할 때 우편 외에 전자 통보를 허용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법안에 따르면 러시아의 징병 대상자는 징병 통지서를 직접 받지 않더라도, 정부의 전자 행정 포털인 '고수슬루기(Gosuslugi)'에서 개인 계정에 e메일 통지서를 전송하면 소집 명령을 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고수슬루기 계정이 없는 사람도 통합 징병 등록부에 등록되면 7일 후에 통지서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한다
앞서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징병 당시 수십만의 징병 대상자들이 통지서를 받지 않기 위해 등록된 거주지에서 달아나거나 국외로 탈출을 시도했다.
이번 법안으로 인해 징집 대상자는 소집 명령 통지일부터 20일 이내 입영 사무소에 출석하지 않으면 출국이 금지되고 운전면허가 정지되며 아파트 등 자산 매매와 사업체 등록을 할 수 없게 된다. 고수슬로기 계정을 삭제할 경우 징집 기피로 체포되거나 처벌을 받는다.
문제의 법안은 지난 11~12일에 러시아 상·하원을 통과했고 이틀 만에 대통령 서명까지 받았다. AP는 러시아의 신속한 징병법 개정에 나라 안팎에서 2차 동원령이 임박했다는 공포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동원령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개정이 지난해 9월 부분 동원령 당시 있었던 혼란을 줄이고 징집 시스템을 효율적이고 현대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류드밀라 나루소바 러시아 상원의원은 이번 개정이 헌법 및 다른 법률에 위배된다고 비난했다.
그는 지난 12일 상원 심의 당시 유일하게 개정을 반대했다. 과거 푸틴의 연설 작가에서 비판론자로 전향한 압바스 갈랴모프는 이번 법안으로 푸틴에 대한 반정부 시위가 터지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은 전투에서 죽는 것과 항의하다 투옥되는 것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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