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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64명 총리 중 7명 암살, 전쟁 이후엔 아베가 유일

20세기 정국 혼란 속 총리 암살 시도 이어져
총기, 도검 관련법 생긴 전후부터는 사망자 없다가 작년 아베가 유일

日 64명 총리 중 7명 암살, 전쟁 이후엔 아베가 유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해 7월 일본 서부 나라시에서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맞고 쓰러져 있다. 뉴스1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에서는 그동안 전·현직 총리를 겨냥한 정치 테러가 적지 않게 발생해 왔다. 대부분 20세기 초 제국주의를 표방한 일본이 정국 혼란에 빠지면서 국정 책임자였던 총리들을 목표로 한 테러였다.

16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에서 114년간 암살된 전·현직 총리는 7명에 이른다.

일본 역사에서 1885년 내각총리대신 제도 도입 후 101대 기시다 후미오 총리까지 총 64명의 총리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암살된 총리의 숫자가 적지 않다.

일본의 정치 테러는 일본 정당 정치 역사와 함께 했다. 특히 전쟁 전에는 총기 관련법이 정비되기 전이어서 주로 총기에 의한 암살이 시도됐다.

일본의 본격적인 정당 정치를 내각을 탄생시키고 이른바 '평민 재상'이라고 불린 19대 총리 하라 다카시 총리가 1921년 도쿄역에서 나카오카 곤이치라는 청년이 휘두른 칼에 찔려 목숨을 잃은 사건이 일본 총리 테러 사건의 시작이다.

1930년에는 27대 총리인 하마구치 오사치도 도쿄역에서 테러를 당하고 10개월 후 숨을 거뒀다. 1932년에는 29대 총리인 이누카이 츠요시가 해군 청년 장교들이 수상관저를 점거한 5·15 사건 당시 피격됐다.

이어 1936년에도 육군 청년 장교들이 일본 왕의 친정을 주창하며 20대 총리를 지낸 다카하시 고레키요와 30대 총리를 지낸 사이토 마코토를 퇴임 후 죽인 2·26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1958년 총기 및 도검 관련법이 정비된 후에는 암살 시도로 인한 정치인 사망이 급격히 줄었다.

전쟁 이후 첫 총리 테러 대상자는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로 패전 후 전범 용의자였다가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였다. 그는 1960년 7월 사의를 밝히고 후계자로 지명한 인물의 연회장에서 괴한에게 허벅지를 찔리는 중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기시는 일본 자민당의 기초를 설계한 일본 정치의 거물이었다.

이후 1975년 66대 총리를 지냈던 미키 다케오가 무도관 현관에서 얼굴을 맞아 경상을 입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요인을 경호하는 경시청 시큐리티 폴리스(SP)가 발족됐다.

1994년 79대 총리를 역임한 호소카와 모리히로가 신주쿠 호텔에서 우익 출신에게 총격을 받았지만 무사했다.

지난해 7월에는 일본 헌정사상 최장인 8년 8개월간 총리를 지낸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나라시 인근 역에서 유세 도중 전직 자위대원인 야마가미에게 총을 맞고 숨졌다.
전쟁 이후 총리 중에서 암살된 일본 총리는 아베가 처음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15일 기시다 총리가 중의원(하원) 보궐선거 지원 연설을 위해 방문한 와카야미시에서 폭발음이 발생, 긴급 대피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기시다 총리는 무사했고, 폭발물을 던진 24세 남성 기무라 류지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