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가루 칠 등에 필요한 자재들도 자체 부담해야…주민들 피로감 호소
태양절 맞으며 정찰총국 산하 연구소 일꾼들에 ‘존함시계’ 선물
선물 증정식 열고 대대적으로 치하… "외화자금확보 전투, 계획의 1.6배 넘쳐 수행"
[파이낸셜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2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110주년을 맞은 수도 평양의 모습을 조명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이 4월 15일, 김일성 생일 이른바 '태양절' 111주년을 앞두고 혜산시 인민반들에서는 충성심을 가지고 거리와 마을 꾸리기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참가할 것을 요구해 주민들의 불만이 증폭됐다고 전했다.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 인빈반들에서 태양절을 맞아 거리와 마을 꾸리기 사업에 열을 올리고 주민들을 총동원해 주민들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13일 데일리NK에 전했다.
데일리NK는 2004년 설립된 서울에 본사를 둔 북한 전문 매체로 북한 내부 소식을 주로 다루고 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태양절을 앞두고 거리와 마을 꾸리기 사업에 북한 주민들을 총동원해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태양절이 다가올 때마다 느껴지던 명절 분위기를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데 간부들은 분위기를 띄운다며 떠들어대고 있어 주민들이 차갑고 냉랭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소식통은 “지난달 말 거리와 마을 꾸리기 사업으로 주민들을 동원해 길거리와 기념탑, 인도와 찻길을 분간하는 계선들에 횟가루 칠을 했는데, 이달 초 혜산시에 많은 비가 오면서 회칠한 부분들이 어지러워졌다는 이유로 또다시 주민들을 달달 볶았다”고 표현했다.
특히 소식통은 “지금은 모두가 먹고살기도 힘에 부치는데 하루도 편한 날이 없이 동원과 세외부담이 제기되니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면 무서울 정도”라며 “사는 게 숨이 막히고 이렇게 고달프게 살아 뭐하냐 싶다는 말이 주민들 속에서 심심찮게 나온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혜산시 인민반들에서는 12일까지 외벽 등에 대한 횟가루 칠을 끝낼 것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다른 해 같으면 인민반장이 강요하지 않아도 주민들은 3월 말과 4월 초 사이에 횟가루 칠을 하고 창문의 겨울 방풍 장치들을 다 떼어 내고 유리를 깨끗이 닦았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인민반마다 횟가루 칠을 마친 세대가 열 손가락 꼽기도 힘들어 인민반장들이 매일 서너 번씩 돌면서 재촉했다”고 전했다.
앞선 꾸리기 사업 때도 주민들이 자재 구매 비용을 100% 부담했으나 이번에도 충성심을 내걸면서부담을 강요해 더욱 원성을 샀다는 게 소식통의 얘기다.
주민들이 돈이 없어 쌀도 못 사 먹는 상태에서 꾸리기 사업을 위해 횟가루 칠에 들어가는 재료 구매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인민반장들은 횟가루 칠을 하지 못한 세대들을 찾아가 매일 같이 독촉해 주민들과 인민반장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4년 북한군 정찰총국 산하 인민군 제1313부대를 시찰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한편 ‘태양절’을 맞아 김정은의 이름이 새겨진 ‘존함시계’가 인민군 정찰총국 본부 산하 기술연구소 연구사들과 일꾼들에게 선물로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시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에 “정찰총국 본부 산하 기술연구소의 여러 분야에서 혁혁한 공로를 세운 기술연구사 10여 명과 그 외 관련 일꾼들에게 원수님(김 위원장)의 존함이 새겨진 시계가 내려졌다”며 “선물 증정식은 지난주에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번에 선물을 받은 정찰총국 본부 산하 기술연구소 연구사들과 관련 일꾼들은 모두 컴퓨터 전문가들로, 북한 당국의 외화 확보에서 커다란 공을 세운 것으로 인정받은 이들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이 외국에까지 내보내 키운 수재들이라 전문 분야에 고도로 능통해 이미 당의 신임과 배려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이들은 작년 한 해 동안 외부의 적들을 교란시키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와 함께 자금난에 허덕이며 경제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외화자금확보 전투에서 계획의 1.6배를 넘쳐 수행해 당에 충성의 보고를 올리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외화자금확보에서 계획분을 넘쳐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정보 취득 기술과 연관 프로그람(프로그램)들을 개발 완성해 이를 제대로 활용했기 때문”이라며 “이들이 개발한 프로그람들은 정찰총국뿐만 아니라 여러 기관의 해외 기술 역량과 단위들에도 공급됐다”고 덧붙였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간) 북한의 불법 활동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연례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 자산을 훔친 사실을 명시했다.
이번 보고서엔 북한의 지난해 탈취한 가상화폐 규모가 사상 최대로 언론 보도와 사이버 보안업체의 추정치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해 해킹으로 훔친 가상화폐는 최소 6억3000만~10억 달러 이상이며, 대부분이 북한 정찰총국의 통제를 받는 김수키, 라자루스 그룹, 안다리엘 해커 그룹에 의한 사이버 범죄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정찰 총국 산하 해킹그룹을 통해 불법으로 가상화폐 자산을 훔치고 이러한 자금으로 핵개발과 일부는 주민 통치의 수단으로 활요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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