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간 성장률 목표치 5.0% 안팎 '성큼'
- 수출·서비스업·대출 등 리오프닝 효과
- 특정 산업에 쏠려 있는 회복의 동력은 부정적
2023년 춘제(음력 설) 연휴 기간 중국을 한 쇼핑 골목. 사진=정지우 특파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의 올해 1·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동기대비 4.5% 증가했다고 중국 국가통계국이 18일 발표했다. 전분기과 전망치를 모두 웃돌았다. 이로써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치 5.0% 안팎을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경기회복의 신호가 소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앞서 발표한 데이터와 이날 함께 공개된 경제 지표에서 두드러진 상승을 보인 것은 소매판매,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박스오피스·관광업 등에 주로 몰려 있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아직 배제할 수 없는 데다 글로벌 수요 타격, 제조업체의 부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의 대중국 압박 심화 등도 중국 경제가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연간 성장률 목표치 5.0% 안팎 '성큼'
이날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4분기 GDP는 28조4997억위안(약 5461조7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분기 2.9%, 전망치 4.0%를 모두 웃돌았다.
중국의 분기별 GDP 증가율은 코로나19 사태의 기저 효과가 나타났던 2021년 1·4분기 18.3%로 정점을 찍은 후 그해 4·4분기 4.0%까지 떨어졌다. 2022년 1·4분기 4.8%로 올랐으나, 2·4분기 다시 0.4%로 추락한 이래 줄곧 4%를 넘지 못했다. 이달 4.5%는 4분기만의 4%대 이상 회복이다.
1·4분기 GDP 증가율 상승은 서비스업 생산 기여율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1년 전과 견줘 농업생산은 3.6%, 산업생산은 3.0% 각각 증가했지만 서비스업 생산은 5.4% 확대됐다. 서비스업을 전분기와 비교하면 3.1%p 늘었다.
서비스업 중에선 숙박·음식점업(13.6%), 정보전송·소프트웨어·정보기술서비스업(11.2%), 금융업(6.9%), 임대·상업서비스업(6.0%), 도소매업(5.5%) 등이 두드러졌다.
1·4분기 소매판매액은 5.8% 증가했다. 소비 유형별로 보면 외식수입 13.9%, 상품 소매액 4.9% 등으로 집계됐다. 의류·신발, 곡물, 기름 식품 등 주로 기초 생활필수품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고 국가통계국은 설명했다. 금은보석도 13.6% 증가했다.
그러나 통신장비(-5.1%), 건축·인테리어(-2.4%), 자동차(-2.3%) 등은 감소했다.
농촌을 제외한 공장, 도로, 전력망, 부동산 등 자본 투자에 대한 변화를 보여주는 고정자산투자는 1·4분기 5.1%였다. 전월 5.5%, 전망치 5.7%에 못 미쳤다. 이마저도 국유지주가 10.0% 오르면서 고정자산투자의 대부분을 책임졌다. 개인투자는 0.6%에 불과했다. 개인이 아직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5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정지우 특파원
■수출·서비스업·대출 등 리오프닝 효과
중국의 1·4분기 GDP 증가율 상승은 이미 각종 경제 지표에서 예고됐다. 3월 수출은 1년 전과 비교해 14.8% 급등했다. 전망치는 -7.0%에 불과했다. 전월이 -6.8%를 대입해 단순 계산하면 한 달 만에 21.6%p 증가한 셈이다.
또 서비스업체의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비제조업 PMI는 3월에 58.2(대형·국유기업)로 2011년 5월 58.7 이후 11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50을 넘으면 조사 대상 업체들이 향후 경기 전만을 ‘확장’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민간·중소 서비스업체의 PMI 역시 57.8로 29개월 만에 가장 큰 수치를 기록했다.
지표의 증가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단체 여행 제한이 풀리고 경영활동도 활성화된 것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고용도 증가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아울러 1·4분기 박스오피스는 전년보다 13.5%, 하이난 등 관광 수입은 20% 이상 각각 증가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3일 전국 50개 도시 1만명 예금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1·4분기 소득체감지수는 50.7로 집계됐다. 전기대비 6.9p 올랐다. 고용체감지수도 39.9로 6.8p 상승했다.
인민은행이 전국 3200개 은행의 대출 담당 임원을 상대로 한 조사도 유사하다. 같은 기간 거시경제판단지수는 22.8p 상승한 40.2로 분석됐다. 2021년 2·4분기 이후 최대다. 현재 경기가 ‘부진하다’고 응답한 비중은 전분기 66.0%에서 28.4%로 대폭 줄었다.
경기회복의 선행지표로 간주되는 위안화 대출도 2월 1조8100억위안에서 3월 3조8900억위안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1·4분기로 따지면 위안화 대출 총액은 10조7000억위안이다.
ING은행의 펑아이라오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통상 대출이 크게 증가하는 시기는 1~2월이지만 올해는 3월에 두드러졌다”면서 “이는 앞으로 더 많은 투자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허베이성 친황다오시의 건설 현장. 사진=정지우 특파원
■특정 산업에 쏠려 있는 회복의 동력
하지만 경기회복의 동력이 특정 산업군에 쏠려 있는 것은 낙관적으로 보기 힘들다. 서비스업을 제외하고 회복 속도가 더디다.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3월에 10.6% 증가하며 전망치 7.4%를 상회했으나 산업생산은 3.9%로 전망치 4.0%까지 오르지 못했다. 5.1%의 고정자산투자는 전월 5.5%과 전망치 5.7%를 각각 하회했다.
제조업체의 경기 인식을 나타내는 3월 제조업 PMI도 전월 52.6%보다 하락한 51.9에 그쳤다.
중국 경제의 ‘큰 축’인 부동산의 경우 각종 부양 정책을 쏟아내는 정부 기대를 따라가지 못한다. 1·4분기 부동산 개발 투자 증가율은 -5.8%로 조사됐다. 국가통계국의 홈페이지에 적시된 2021년 1~2월 38.3% 이후 내리 하락했다가 지난달 처음 반등한 이후 재차 내려왔다. 중국에서 팔리지 않은 주택 증가율(2월 말 기준)은 51개월 만에 처음 감소했으나 -0.2%에 수준에 머물렀다.
수출 역시 예상외로 치솟았지만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의견은 드물다.
펑아이라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수출 전망은 여전히 숙제가 많다”면서 “미국 경제는 추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향후 몇 개월 동안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인민은행의 예금주 설문에서도 ‘저축확대’를 응답한 비중은 전기보다 3.8%p 하락했으나 여전히 58.0%를 차지했다. 반면 투자확대(18.8%), 소비확대(23.2%)는 각각 3.3%p, 0.4%p 증가하는데 그쳤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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