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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10대~20대 익명 사용자들이 모여 우울증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지난 17일 밤 11시께 "최근 잇따라 자살 사건이 일어나 더 우울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방의 운영자는 해당 언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용자들은 "그런 사건을 접하니 나도 더 우울해지는 것 같다"는 등 동조하는 반응이 뒤따랐다.
강남권에서 연달아 학생들이 극단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베르테르 효과(유명인 모방 자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지난 16일 10대 여성 A양이 극단 선택을 하는 과정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생중계되며 해당 영상은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18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건물 인근에서 여학생 A양이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무분별한 2차 피해와 루머 유포를 방지하기 위해 관계당국에 A양 관련한 글과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이미 관련 영상과 루머들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살한 사람들이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 이용자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은 순식간에 구독자수가 2000명을 넘어섰다.
여전히 자살 문제와 청소년 자살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같은 상황에 베르테르 효과를 방지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1년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10만명당 26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다. 특히 10대 사망원인에서 자살 비중이 43.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베르테르 효과가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끼리도 전염되는 특성을 보이고, 특히 해당 사건은 청소년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며 "유포되고 있는 라이브 영상은 악영향이 극대화될 수 있으니 책임 주체가 모호하더라도 관련 관계당국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 유통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살예방을 위해 보도 콘텐츠 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많이 접하는 라이브 방송이나 영화·드라마 등 비보도 콘텐츠에 대한 자살예방 가이드라인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SNS 플랫폼에 유해콘텐츠에 대한 더 많은 책임을 묻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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