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병상 실려 은행 안 가도 된다" 거동 불가 예금주, 위임장 없이 가족 통해 병원비 납부

금감원-은행권 '예금주 치료비 목적 인출 절차 개선'
예금주 의식 있는 경우 가족 통해 병원비 납부 가능
예금주 사망시 '상속예금지급신청서' 없이도
가족 요청 있으면 병원비·장례비 이체 가능

"병상 실려 은행 안 가도 된다" 거동 불가 예금주, 위임장 없이 가족 통해 병원비 납부

"병상 실려 은행 안 가도 된다" 거동 불가 예금주, 위임장 없이 가족 통해 병원비 납부
지난 2월 6일 서울 시내에 은행 ATM 기계가 나란히 설치된 모습.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오는 20일부터 거동이 불가한 환자가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 없이도 가족을 통해 병원비를 낼 수 있게 된다. 환자의 의식이 없는 경우 긴급한 수술비 뿐 아니라 치료비용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절차가 개선됐다.

18일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의 '거동 불가 예금주의 치료비 목적 인출 절차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과 은행권은 크게 네 가지로 상황을 나눠 예금 인출 절차를 각각 다르게 개선했다.

예금주 의식이 없는 경우 현재는 가족 요청시 긴급한 수술비만 병원에 지급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입원비·검사비 등 치료 목적 비용을 지급할 수 있다. 지급 대상도 병원에서 요양병원, 요양원까지 확대된다.

예금주 의식이 있는데 거동이 불가할 경우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이 없어도 가족을 통해 병원에 직접 이체가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가족이 예금주 치료비 목적으로 예금 인출을 요청할 경우에도 위임장, 인감증명서를 통해 본인의 대리의사를 서면으로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가족이 없을 경우에는 대리인이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을 통해 본인 대리의사를 서면으로 확인한 후 지급하는 절차가 유지된다. 금감원은 "대리인 등을 통한 부정 인출 가능성을 고려해 현행 방식을 유지한다"며 "일부 은행은 은행원 병원 직접 방문 등을 통한 예금주 본인의사 확인 후 지급 근거를 자체 마련했다"고 밝혔다.

예금주가 사망한 경우 지금은 모든 상속인의 서명이 필요한 상속예금지급신청서 등을 제출받고 예금을 지급하고 있다. 앞으로는 예금주 치료비와 장례비의 경우 가족 요청시 상속예금지급신청서를 제출받지 않고 병원·장례식장에 직접 이체가 가능해진다.

치료비 목적 예금인출 방안에는 은행 상담직원이 점검해야 할 예금주 상황에 대한 체크리스크가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예금주 또는 가족이 무리하게 영업점을 방문하는 불상사를 방지할 계획이다.

이번 개선방안은 은행별로 예금 인출이 허용되는 치료비와 의료기관 범위, 신청서류가 달라 금융소비자들이 겪었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예금주가 의식이 있으면 거동이 불가능해도 은행에 직접 방문해야 하거나, 예금주가 사망할 시 상속인 전원이 동의하는 서류를 내야만 장례비를 지급할 수 있는 등 불편함이 있었다.

은행권은 지난 2월 이후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협의를 진행해 모든 은행권 공동의 '치료비 목적 예외 인출 방안'을 마련했다.
금감원은 "감독원과 은행권은 앞으로도 금융소비자의 불편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불편사항이 발견될 경우 신속한 해소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병상 실려 은행 가기 방지법'이 발의됐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예금자가 현저하게 거동이 불편하거나 의식 불명으로 직접 예금 인출이 곤란한 경우 보호자가 서류 구비를 통해 예금 인출을 요청하고, 은행이 의료기관에 이체할 수 있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지난 3월 대표발의한 바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