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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색조차 안한 딸"..국대 육상선수도 '전세사기'에 숨졌다

"내색조차 안한 딸"..국대 육상선수도 '전세사기'에 숨졌다
17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가 거주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앞 쓰레기봉투 안에 수도 요금 독촉장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피해 사기로 3번째 극단 선택을 한 30대 여성 A씨는 국가대표를 지낸 육상 유망주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지난 2010년 제16회 광저우 아시안 게임 여자 육상 국가대표를 지냈고, 2011년에는 전국체육대회 육상 여자일반부 해머던지기에서 2위를 기록했다.

망연자실하게 큰딸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던 아버지 B씨는 언론에 “2주 전에 건강은 괜찮으시냐고 묻던 딸의 안부 전화가 마지막 통화가 됐다”며 “수도 요금을 못 내는 상황인데도 혼자 견딘 걸 생각하면 너무 힘들다”고 말하며 울음을 참지 못했다.

19일 뉴스1에 보도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간 A씨는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A씨의 현관문에는 ‘수도요금 체납입니다. 미납시 단수합니다’라는 인천시 중부 수도사업소 안내문이 붙여져 있었다.

A씨는 실업팀에서 활동하며 동생의 학비를 보태는 등 가정을 아끼는 한 가족의 자녀였다. 과거에 언론 인터뷰에서 ‘하나뿐인 여동생을 제대로 챙기는 게 유일한 희망’이라고 밝힐 정도로 가족을 살뜰히 챙기는 언니이자 가장이었다.

지난해까지 선수생활을 한 A씨는 최근 애견 자격증을 취득하고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기도 했다. A씨는 가족들이 힘들어할까봐 전세사기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선수와 코치 생활을 하며 인천 미추홀구에 2019년 9월 보증금 7200만원을 주고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후 2021년 9월 재계약에서 임대인의 요구로 보증금 9000만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A씨가 살던 아파트는 전세 사기 피해를 당하며 경매에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씨는 17일 오전 2시12분쯤 자택에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다른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심리적으로 크게 동요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