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물가 4%대 상승률 기록
가성비·초저가 상품 인기 여전
'극과 극' 소비 행태 두드러져
뉴스1
4% 넘는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짠테크(고강도 절약)'가 유행인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보복소비' 열풍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생활이 팍팍하다"면서도 값비싼 해외여행과 사치품 구매에는 지갑을 '척척' 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전보다 항공권 비용은 훌쩍 비싸졌지만, 항공권 판매액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10만원대 고가의 호텔 빙수는 예약이 힘들 정도다. 고급 소비재인 자동차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명품·여행 보복소비 폭발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온라인쇼핑 가운데 여행 및 교통서비스가 전년동월 대비 137.4% 증가해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7년 이후 역대 최대 증가율을 보였다. 거래액(1조8275억원) 기준으로는 지난 1월(1조8922억원)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한다. 그간 억눌렸던 여행수요 폭발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인터파크에서 지난달 발권된 국제선·국내선 항공권 판매액은 1613억원을 기록, 최고 판매치를 두달 만에 갈아치웠다. G마켓도 올 1·4분기 해외항공권 매출이 전년동기보다 1750%나 증가했다.
명품 보복소비 바람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 번지고 있다. 국내에서 명품을 사던 소비자들은 최근 들어 저렴한 가격과 면세혜택 등에 따라 해외 백화점에서 구매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 재개 등으로 국내 명품 성장률은 낮아진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고급 소비재인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달 두자릿수 상승해 반도체 수급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3월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16만5851대로 2021년 3월(17만대)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19.6% 증가한 수치다.
■4%대 고물가, 극과 극 소비
이와는 정반대로 '짠테크' '초저가 상품' 등의 인기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4.2% 상승하며 2개월 연속 4%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6%대보다는 상승률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물가상승 둔화세에도 구성품목 458개 중 전년동월 대비 가격이 상승한 품목 수는 395개(86.2%)에 달했다. 실질적 생활비는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다.
'극과 극' 소비행태에 "고물가에 힘든 건 나뿐인 것 같다"는 푸념도 나왔다. 서울 여의도의 직장을 다니는 30대 A씨는 "고물가에 다들 힘들다고 난리이면서 명품은 꼭 사고 여름휴가로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며 "나만 힘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을지로 직장인 B씨도 "나는 장 볼 때마다 물가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는데, 다들 해외여행을 떠나고 있다"며 "점심값, 커피값 올랐다고 힘들다고 하더니 정작 다들 사치품은 척척 사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고물가가 맞나 싶다"고 전했다.
'짠테크'와 '보복소비' 양극단의 소비행태가 한 사람에게서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동남아 3박4일 휴가에 100만원이 들었다는 직장인 C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 평소에는 외식을 끊고 '냉장고 파먹기'를 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면서도 "해외여행에서는 편안하게 쉬고 싶어 비싼 호텔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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