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 주안역 광장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세사기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경기 동탄의 오피스텔 250채에서도 유사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에서는 이른바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제야 정부는 공공매입 등의 대책을 부랴부랴 내놓고 있다.
정부나 국회나 대처하는 방식이 늘 뒷북이다. 누군가 목숨을 스스로 버리면서까지 세상에 억울함을 호소해야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온갖 대책을 경쟁하듯 발표하네 마네 하면서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19일만 해도 그렇다. 금융감독원은 전세사기 피해 건축물의 경매를 유예하겠다고 했고, 인천시는 사기 피해 청년들에게 1년간 월 40만원씩 지원하겠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전세피해지원센터가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상담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와 정부는 피해주택을 공공매입하거나 피해자들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회는 전세사기가 표면화된 지난해 9월부터 관련 법안 27건을 발의했지만 17건이 상임위에 발목이 잡혀 있다. 그사이 지난해 10월 '빌라왕' 사건이 터졌다. 피해자들은 최근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마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조용히 있었더라면 이대로 넘어갔을 것이다. 공공매입이나 우선매수권도 피해자단체가 주장하던 방식이다.
물론 정부가 뒷짐 지고 있은 것만은 아니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부터 앱 출시, 저리 전세자금 대출, 긴급주거지원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가 없다. 전세자금 저리대출은 피해자들의 요구와 어긋나 단 8명만이 이용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쓸모없는 탁상머리 정책은 그만두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다음 피해를 복구해 줄 수 있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또한 법과 계약에 밝지 않은 사람도 이런 사기를 다시는 당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사기 피해자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의 저변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다. 한 푼 두 푼 모아 겨우 살 만한 전셋집이나마 장만했는데 그만 전 재산이자 목숨과도 같은 돈을 날려버렸으니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이런 비극이 일어난 데는 정부와 국회의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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