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호 경기 광주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쌍둥이형제 사건' 등 진실 찾아내
'보험사기 수사의 달인'으로 불려
사망 전후 상황·보험설계 등 살펴
입증 어려워 경찰도 전문성 갖춰야
"우리 같은 밑바닥 형사가 안 하면 누가 억울한 죽음을 밝혀 주겠습니까."
정창호 경기 광주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56·사진)은 '보험사기 수사의 달인'으로 불린다. 단순사고로 보이는 사망사건을 집요하게 조사해 억울한 죽음을 여러 건 밝혀냈다. '쌍둥이 형제 보험살인 사건' '안양 내연남 연탄가스 살해사건' '평택 개농장 사망 사건' 등에 그의 땀이 묻어 있다.
쌍둥이 형제 보험살인 사건은 지난 2009년 사채 폭력배들이 운영하는 사무실 화장실에서 30대 조직원 박모씨가 가스온수기에서 나온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죽은 사건이다. 사망보험금 17억원의 수혜자는 박씨와 함께 살던 쌍둥이 형제들이었다. 정 팀장은 "박씨가 고아였다"며 "'제대로 수사를 안 하면 누구 하나 관심 가지겠나'라는 생각에 수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엔 난항을 겪었다. 쌍둥이 형제들은 박씨가 스스로 보험에 가입하고 가스온수기를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팀장은 수사 끝에 쌍둥이 형제가 박씨를 보험에 들게 하고, 보험료까지 대납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이 가스온수기를 설치하며 박씨에게 일산화탄소가 노출되도록 조작한 정황도 드러났다. 쌍둥이 형제가 저지른 다른 사건들과 함께 해당 사건도 언론에서 화제가 됐다.
정 팀장은 지난 1991년 임관해 성남 수정경찰서 형사과를 거쳐 13년간 경기 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근무했다. 원래 형사과에서 조직폭력배를 쫓던 그가 어떻게 보험사기 전문이 됐을까. 정 팀장은 "당시에는 깡패들이 보험사기를 벌이는 일이 많아 수사하다 보니 보험사기 수사 전문가가 됐다"면서 "이들이 보험금을 받아 또 다른 범죄에 쓰니까 반드시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쌍둥이 형제 보험 살인 사건 외에도 안양 내연남 연탄가스 살해 사건, 평택 개농장 보험 살인 사건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안양 내연남 연탄가스 살해 사건은 지난 2010년 60대 여성이 보험금을 노려 40대 내연남을 살해한 사건이다. 이 여성은 내연남을 자신의 양자로 들인 뒤 연탄난로에서 나온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꾸며 살해했다.
평택 개농장 사망 사건 뒤에도 억울한 죽음이 있었다. 지난 2007년 평택 개농장에서 30대 장애인이 대형 차량에 깔려 사망했다. 단순변사로 끝날 뻔했지만 이 사건 뒤에도 보험사기가 있었다. 이들 사건은 피해자가 모두 고아였고, 젊은 나이에 다른 보험 없이 거액의 사망보험만 가입돼 당시 동거하던 사람에게 돌아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정 팀장은 의심이 들면 보험의 특이성을 먼저 수사한 뒤 살인 혐의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망 전후로 갑자기 보험을 많이 가입하거나 보험 수익자가 변동되는 등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지, 나이에 맞는 보험 설계가 이뤄져야 하는데 젊은 나이에 사망보험만 가입돼 있지 않은지 등등을 살펴서 보험사기임을 찾아낸다"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아울러 정 팀장은 보험사기 범죄를 수사하는 경찰의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 재판까지 간 관련 사건들을 보면 2심에서 무죄선고가 나오기도 하더라"면서 "수사관들이 전문성이 있어 보험금을 노린 게 분명하다는 정황을 밝혀냈다면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직폭력배 사건은 수사가 까다롭지 않지만 보험살인 사건은 아직 발전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며 "보험사기 같은 특수분야 수사 역량을 늘렸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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