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인하대학교 장례식장에서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30대)의 발인식이 진행되고 있다. A씨는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전세 보증금 9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로 아파트에서는 유서가 발견됐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인천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전세사기'로 사망한 최연소 육상국가대표 출신 여성 A씨(31)에 대한 발인이 20일 치러졌다. 전세 사기로 보증금 9000만원을 잃고 숨진 피해자 A씨의 발인은 유족의 오열 속에 치러졌다. A씨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국내 최연소 육상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돼 여자 해머던지기 종목 5위를 한 유망주였다.
20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하대병원 A씨의 빈소 앞에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화환이 놓였다. 유망한 운동선수였던 고인을 기리고자 여러 체육 단체에서 보낸 화환들도 자리를 지켰다. 빈소에서는 목 놓아 우는 애달픈 소리만 간간이 새어 나왔다.
고인은 타지에 사는 아버지와 단둘이 일본 여행을 갈 만큼 평소 살뜰히 가족을 챙기던 딸이었다. 하지만 A씨는 100억원대 전세사기 행각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건축왕' 남모씨의 피해자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어오다 결국 가족의 곁을 떠났다.
A씨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국내 최연소 육상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되는 등 유망주로 주목받던 해머던지기 선수였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해머던지기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다 결국 아시안게임에서 5위를 기록할 정도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실제로 고등학생 시절 제89·90회 전국체육고등학교 체육대회, 제36·37회 KBS전국육상경기대회 해머던지기 고등부, 제39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해머던지기 등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수차례 목에 걸었다. A씨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2017년에 열린 제46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제44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등에서도 수없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실업팀에서 활동하면서 모아온 월급 중 일부를 동생의 학비를 보탤 정도로 가족을 아꼈다. 지난해까지 체육계에 몸을 담았던 A씨는 최근 애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대표 출신 A씨의 희망찬 미래는 전세사기로 이어진 극심한 생활고로 인해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버렸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박대출 의원이 19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인천지역 3번째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는 전날 피해 사망자 빈소에 조문을 온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질타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김 대표는 유상범 수석대변인·박대출 정책위의장과 함께 19일 오후 9시께 인천 모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어 빈소에서 만난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장 등 회원 8∼9명과 비공개 접견을 했는데 서로 언성을 높이며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1시간 가량의 접견이 끝나고 장례식장을 나온 김 대표는 대책위와 어떤 대화가 오갔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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