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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MS에 소송 예고 'AI도 돈 내고 배워야'

머스크, MS 상대로 소송 예고...데이터 무단 사용 비난
AI 기업들이 무단으로 각종 미디어 자료 가져가 AI에게 가르쳐
주요 미디어마다 AI 개발사에게 데이터 사용료 징수 검토중
이미지 등 AI의 저작권 침해 소송도 줄이어

머스크, MS에 소송 예고 'AI도 돈 내고 배워야'
테슬라와 스페이스X, 트위터의 최고경영자(CEO)를 겸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 IT 기업들이 앞 다퉈 인공지능(AI) 개발에 뛰어드는 가운데 AI 개발사에게 '수업료'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I가 온라인에서 온갖 글과 사진을 무차별적으로 배우고 있지만 원래 콘텐츠 소유자에게 어떠한 대가도 치르지 않기 때문이다.

머스크, 트위터에 "MS에 소송해야"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테슬라와 스페이스X, 트위터의 최고경영자(CEO)를 겸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는 1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난했다. 머스크는 MS가 트위터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요금 지불을 거절하고 자사의 광고 플랫폼에서 트위터를 제외했다는 뉴스 트윗에 답글을 달아 "그들은 트위터 데이터를 이용해 불법으로 훈련했다. 소송해야 할 때"라고 적었었다. MS는 '디지털 마케팅 센터(DMC)' 플랫폼을 운영하며 기업 고객들이 트위터를 비롯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여러 소셜미디어 계정을 한꺼번에 관리하고 고객 메시지(DM)에 응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MS는 19일 발표에서 오는 25일부터 트위터를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미 IT 매체인 매셔블은 앞서 트위터가 29일부터 트위터 API 유료화 정책을 예고했다며 MS가 이에 반발해 서비스 종료로 맞불을 놨다고 분석했다. API는 프로그램끼리 소통하는 기술 표준이며 특정 사이트나 어플리케이션에 외부 서비스를 연결할 때 필수적으로 쓰인다. 앞서 AI 개발사들은 자사의 생성형 AI에게 인간 사회를 학습시키기 위해 트위터같은 소셜미디어나 레딧 등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해 테라바이트 단위의 방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트위터는 당초 API를 무료로 공개했으나 이달부터 API에 접근하는 기업들에게 월 4만2000달러(약 5575만원)를 받겠다고 선언했다. CNBC는 머스크 역시 자체 AI를 개발하고 있다며 경쟁 업체에 데이터를 나누지 않으려 유료화 정책을 꺼내들었다고 분석했다.

머스크는 지난 2015년에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과 함께 비영리 AI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인 '오픈AI'를 창업했다. 머스크는 경영에 대한 의견 차이로 2018년에 지분을 팔고 회사를 떠났으며 오픈AI는 이듬해 MS의 투자를 받아 영리 기업으로 전환했다. 오픈AI는 지난해 언어 생성형 AI 채팅봇인 '챗GPT'를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MS는 해당 서비스를 다른 자사 제품에도 도입하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챗GPT의 성공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미 지난해 12월에도 AI 기업들이 트위터의 데이터를 마음대로 가져다 쓴다고 비난했다. 머스크는 지난 17일 공개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챗GPT가 거짓말을 말하는 방식으로 훈련되고 있다며 이에 맞서는 새로운 생성형 AI인 '진실GPT'를 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AI 가르치려면 돈 내고 저작권 지켜야


AI 개발사에게 돈을 받겠다는 곳은 트위터 뿐이 아니다. 레딧의 스티브 허프먼 CEO는 지난 18일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레딧의 API를 유료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레딧은 2005년에 개설된 이후 18년째 운영 중인 장수 커뮤니티로 일평균 방문자가 5700만명 달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그동안 축적된 각종 대화 기록과 상호작용 데이터는 언어 생성형 AI 훈련에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허프만은 "레딧의 언어 자료는 매우 귀중하다. 우리가 이런 자료를 기업들에게 공짜로 제공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레딧의 데이터를 가져가 가치를 창출하면서도 레딧 사용자들에게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유료화에 대한 세부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미디어 업계 경영진들 역시 AI 기업들의 데이터 사용을 관찰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 업체들은 AI 훈련에 자사의 콘텐츠가 쓰이는 규모와 보상 가격,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으며 미국·캐나다 언론사 약 2000곳이 가입된 뉴스미디어연합(NMA)도 여러 차례 회의를 열어 AI 훈련 문제를 논의했다고 알려졌다.

저작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세계 최대 이미지 제공업체인 게티이미지는 지난 2월 미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이미지 생성형AI '스테이블디퓨전'을 개발한 스태빌리티AI에 손해 배상 소송을 냈다. 게티이미지는 스태빌리티AI가 약 30년간 축적된 게티이미지의 이미지 1200만개를 무단으로 AI에게 학습 시켰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에는 세라 앤더슨 등 화가 3명이 스태빌리티AI와 또 다른 이미지 생성형AI인 '미드저니'의 관계자들을 콘텐츠 무단 사용 혐의로 고소했다.


또한 작가·예술가 등 약 14만명이 속한 독일 내 42개 협회·노동조합은 19일 챗GPT로 인해 저작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유럽연합(EU)에 AI 규정 강화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이사회, EU 의회 등에 규제를 촉구했다. EU 집행위는 이미 지난해 AI 규제 법안 초안을 발의했으며 앞으로 수개월 안에 입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