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전세사기에 '무기징역'도 가능, LTV·DSR 도 한시 완화 검토


전세사기에 '무기징역'도 가능, LTV·DSR 도 한시 완화 검토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경고 문구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가운데 18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하던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전세사기 경고문구가 붙어있다. 2023.4.18 hong@yna.co.kr (끝)
[파이낸셜뉴스] 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와 경찰이 예방책과 강경대응책을 내놨다. 경찰은 조직적 전세사기에 대해 단순 사기가 아닌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키로 했다. 당정은 금융권 경매 유예 조치를 추진하는 등 전세사기 근절 및 예방에 대한 추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해당 주택을 경매로라도 낙찰 받을 수 있도록 금융규제를 완화키로 했다.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 "조폭 수준 엄벌"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0일 전국 수사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전세사기 파동, 국가수사본부장·전국 시도청 수사부장 화상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범죄집단죄'는 과거 조직폭력배들에게 적용하던 범죄로, 사형·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을 받게된다. 범죄단체조직죄가 인정되면 단순 가담자도 조직이 벌인 범죄의 형량으로 처벌받는다. 계좌를 빌려주는 등 사기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가담자에게도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다. 최근 임대인이 분양대행업체나 공인중개사와 짜고 전세사기를 벌인 사례가 늘어나자 단순 사기죄보다 처벌이 무거운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지난 19일 허위로 임대차계약서를 만들어 금융기관에서 전세금 명목으로 73억여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일당에 대해 사기 외에 범죄단체 조직 및 활동 혐의도 적용해 기소한 바 있다. 전세사기에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한 첫 사례다.

이어 세입자의 신뢰를 악용하던 불법 중개·감정 행위에 대한 엄정 단속하기로 했다.

또 범죄수익추적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사기죄는 범죄수익보전을 하기 어려우나, 전국 범죄수익추적팀을 투입해 최대한 범죄수익을 찾아볼 방침이다.

국수본은 앞으로 매주 전국 수사지휘부 회의를 열어 수사·단속 상황을 점검하고 추가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7월 25일부터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을 추진해 전국적인 주요 사건들을 엄정 수사해 왔다. 특별단속을 시작해 지난달 26일까지 8개월간 2188명을 검거하고 209명을 구속했다. 확인된 피해자는 1705명, 피해금액은 3099억원에 달한다.

■박대출, "경매 유예 등 신속히 방안 마련"
이날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협의회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정은 △금융권의 경매 유예 조치 추진 △제3자 채권 매각 경우에도 경매 유예 방안 마련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 부여 방안 검토 △임차인이 거주주택 낙찰시 저리대출 지원 △법률 및 심리 상담 지원 등을 밝혔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비공개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현 정부 들어 4차례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범정부 특별단속 등을 실시하고 있었지만, 피해자 구제나 주거안정 확보에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이날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금융권의 경매 유예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금융기관이 제3자에게 채권을 매각한 경우에도 경매 유예를 할 수 있도록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당정은 시행 중인 지원 대책을 알지 못해 도움을 받지 못한 사례를 언급하며 임차인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찾아가는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해 임차인이 많은 지역은 현장에 버스를 보내 내일부터 운영한다"며 "한국변호사협회와 심리협회 등과 협력해 즉시 전문인력을 충원하고 전세피해 지원센터의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기로 했다. 전문적인 법률과 심리 상담을 선제적으로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피해자 LTV·DSR 한시 완화 검토"
금융당국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피해자가 경매로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보다 쉽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히기 위한 조치다. 경매에서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도 낮춘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전세사기 피해지원 범부처 TF' 등을 통해 피해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LTV·DSR 규제의 한시적 완화도 그 일환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조속히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DSR이란 차주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차주의 연소득으로 나눈 수치로 40%를 넘길 경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50%를 넘기면 비은행 대출이 불가능하다.

LTV는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인정되는 가치의 비율로 현재 집값의 절반 이상에 대해선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경매 주택의 '우선매수권'이 부여되더라도 이같은 대출 한도 규제로 매입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융당국이 한시적 완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완화 수준이나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금융지원 유관기관 회의'에서 "경매 유예조치로 전세사기 피해자 분들께 주거안정을 준비하기 위한 잠시의 시간을 벌어드렸지만, 이 시간이 헛되이 지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거·생계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중요한 만큼, 관계기관들이 실효성 있는 방안을 조속히 강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정경수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