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도한 간담회
간담회선 법무부 구상 못미더워해
"국회서 이민 관련법 만들어 추진하자" 의견 모아
이광재 사무총장은 독일 사례 등 연구 제안
김진표 국회의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59회 한국보도사진전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실이 법무부와 별개로 이민청 신설 등 이민 정책에 대해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이민청 신설을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데다 최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이민 당국 관계자를 만나기도 했다. 국회가 별도 추진하게 되면, '법무부 패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20일 파이낸셜뉴스 취재 결과 김 의장은 지난 17일 이민 정책을 추진하는 간담회를 주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을 포함해 국회의장실 인원 15~16명이 참석해 고용 전문가와 행정 전문가 등에게 이민 정책에 대한 발표를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 내부에서는 법무부가 내놓을 기획안에 대한 불신을 보이는 듯한 분위기와 함께 법무부와는 별개로 국회에서 이민 관련 법을 만들어 정책을 추진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다만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최소 3~4회 정도 간담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이 사무총장은 독일 등 해외사례를 연구해보는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이민요건을 완화하고 이민에 필요한 소득 수준을 낮추는 등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펼치는 국가 중 하나다.
또 한국의 경우 고급인력의 유입이 매우 적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해외 우수인재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센티브 방식은 기술 연구자 등 해외 우수인재가 국내로 이주할 경우 기존 급여에 추가금을 더해줘 연봉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김의장이 이민 정책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참여정부 시절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 노 전 대통령은 출산률 급감에 대한 대책으로 이민을 꼽았고, 당시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 의장은 그 이후부터 십수년간 이민 정책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해왔다고 한다.
국회 별도 추진설과 관련해 김진표 의원실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일부 전문가가 얘기한 내용이지 국회가 공식적으로 의견을 모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민청 신설은 한동훈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법무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만큼, 국회의장실과 법무부가 이민 정책을 사이에 두고 속도전 내지는 힘겨루기를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동훈 장관은 최근까지 프랑스·네덜란드·독일을 방문해 이민정책 최고책임자들과 면담하는 등 이민청 신설을 위한 준비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해왔다. 지난해 11월엔 법무부 내 6개월 한시 조직인 출입국·이민관리체계 개선추진단을 설치해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서기도 했다. 법무부는 한 장관의 해외 출장 결과와 출입국·이민관리체계 개선추진단 활동 결과를 종합해 올해 상반기 중 이민청 설립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과 이민 정책 방향 등을 내놓을 방침이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