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촬영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항구.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러시아가 이달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지원 발언 이후 연일 한국 정부를 협박하는 가운데 러시아 현지 교민들 사이에서 보복조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선근 재러시아 한국경제인협회 사무국장은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전화 인터뷰에서 러시아 언론이 윤 대통령의 발언에 민감하게 대응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공개된 외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에 대한 지원을 군사 분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과 같이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면, 우리가 인도주의적 또는 재정적 지원만 고집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오 국장은 해당 인터뷰를 "모스크바 시간으로 19일 새벽 4시쯤 러시아 통신사들이 보도하는 등 19일 하루 동안 톱뉴스로 다뤘다"고 전했다. 그는 "20일 새벽 1시엔 러시아 외무부 자하로바 대변인의 '우크라에 대한 무기 공급은 적대적인 반(反)러시아 행위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주요 언론들이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오 국장은 러시아 언론에서 한국의 우크라 군사지원 가능성이 대통령 발언으로 처음 나온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러시아가 구체적인 조치를 예고하지 않았지만 "한인사회에서 고민하고 있는 부분, 개인적인 소견이긴 하지만 러시아가 본보기 차원에서 보복 조치들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민사회로선 단순한 불안감을 넘어서 내일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며 따라서 "이번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결과에 대해서 러시아 한인사회도 굉장히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달 24~29일에 미국을 국빈 방문하여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만난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 침공 직후 한국이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자 한국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했다. 오 국장은 러시아가 한국을 이보다 심한 ‘적대국가’로 지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입장에서 적대국은 미국과 서방, 일본 정도다"라며 "만약 (러시아가 한국을) 적대국가로 지정하면 자산동결로 이어질 수 있고 우크라 사태 이후 지난 1년 동안 우리나라가 러시아 쪽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 게 석탄 분야인데 석탄 등 에너지 수출 금지도 조치 중에 하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국장은 "비우호국 지정 이후 (러시아) 현대, 삼성, LG 등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의 어려움이 너무나 컸었고 물류비용, 원자재비용 상승, 금융 송금 등 많은 어려움들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적대국가로 지정될 경우 그 타격은 엄청날 것이라며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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