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요 미미…수출 증대 견인 힘들어
반도체 등 주력품목, 가격보다 기술력 좌우
엔 등 실질실효환율 원화보다 여전히 저평가
[그래픽] 원/달러 환율 추이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수출에 환율효과가 먹히지 않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주말(21일) 1330원에 육박하는 등 원화값은 연일 하락세지만 올해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20일 현재 265억8400만달러로 집계됐다. 국제통화기금(IMF)가 '험난한 회복과정'이라고 할 정도로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가 미미한 게 무역적자의 주요원인이다. 하지만 '원화값 하락, 수출개선'이 과거와 달리 산업현장에 적용되지 않는 영향도 있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1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4원 오른 1328.20원에 마감됐다. 연중 저점인 지난 2월 2일 1220.30원 대비, 100원 넘게 올랐다.
올 들어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다.(21일 기준 6개국 통화 대비 약 2% 하락) 원화는 약세인 달러 대비 가치가 더 하락한 것이어서 원화는 이론적으론 다른 통화대비 수출가격 경쟁력이 더 있다.
수출의 가격경쟁력 변화를 알 수 있는 실질실효환율도 하락세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00선을 뚫고 내려와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효환율은 지난 2020년 환율을 100으로 놓고 이후 특정 통화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100 이하면 해당 통화가 기준년(2020년)보다 저평가됐다는 의미고 100 이상이면 고평가됐다고 본다. 올 2월 기준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96.26이다.
하지만 국내 주요 산업 수출현황을 분석했을 때, 수출에서 환율 영향력은 과거 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원화값 하락(환율 상승)→한국 상품 가격 경쟁력 상승→수출 호황'이란 기존 패러다임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1300~1400원대를 오갔지만 수출은 되레 감소했다. 총수출은 올 3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하고 무역수지는 13개월째 적자행진이다.
산업연구원은 이와관련'원화 환율의 수출영향 감소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실질실효환율의 수출에 대한 영향이 2010년 이후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2010년 이전에는 실질실효환율이 1% 하락하면 주요 산업 수출이 0.71% 늘었으나 2010년 이후에는 0.55%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이는 2010년 이전까지는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그 이후로는 기술경쟁력이 더 중요시되고 있어 환율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기술 개발 중심 혁신주도형 산업발전 정책을 실시, 수출 구조가 고도화됐다. 그 결과 기술 집약도가 낮은 산업군의 수출 비중은 낮아지고,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기술 및 지식 집약적 산업 수출이 증가했다. 기술 집약도가 높을수록 가격보다는 수출 제품의 품질, 기술 우위 등 비가격적 경쟁 요소가 중요해지기 때문에 수출 가격에 영향을 주는 환율 영향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또 2010년 이후 중간재 수출 비중이 빠르게 늘어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이 줄었고 글로벌 분업 확대로 인한 한국의 중간재 수입 증가가 수출 가격 경쟁력 효과를 상쇄했다고도 했다.
2021년 기준 전체 수출의 약 70%는 중간재, 27%는 최종재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대표적 수출품목인 반도체 등 수출주력품목은 환율보다 글로벌 수요, 다시 말해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환율이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일본 엔화 실질실효환율은 2월 기준 70대 후반이어서 여전히 수출가격경쟁력은 한국보다 일본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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