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3.4.19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해협 발언의 여파가 이어지면서 중국 외교 당국자들의 극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가 대만 해협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중국 정부는 낸시 팰로시 미국 전 하원의장 등 국제 리더들의 대만 해협 발언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강경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 /사진=뉴스1
美국무부 "대만 문제 해결 위해 한국과 협력"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을 겨냥한 중국의 비난에 대한 질문에 "미국은 대만인의 바람과 이해관계와 일관되게 양안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을 지지한다"면서 "이것은 우리의 중요한 동맹과 파트너와 조율을 통해 할 것이며 물론 한국은 그런 국가 중 하나다"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포함해 우리의 공동 번영과 안보(에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것을 발전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인도·태평양의 우방과 동맹과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북한이 개성공단에 중국 기업 투자를 유치하려고 하는 것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위반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어느 국가든 북한의 탄도미사일이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의 공급·발전을 돕는다면 여러 안보리 결의의 확실한 위반"이라고 말했다.
대만 해협 문제 언급한 尹대통령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로이터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 문제에 대해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란팅 포럼' 개막식서 연설하는 친강 중국 외교부장 (상하이 로이터=연합뉴스)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1일 상하이에서 진행되는 '란팅(藍廳·blue hall) 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중국식 현대화와 세계'를 주제로 열렸다. 2023.04.21 clynnkim@yna.co.kr (끝)
막말 쏟아내는 中외교 당국자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1일 한 포럼에서 행한 연설에서 최근 '무력이나 협박으로 대만해협 현상을 일방적으로 바꾸려 시도한다'는 등의 언급을 듣는다면서 "이런 발언은 최소한의 국제 상식과 역사 정의에도 위배되며, 그 논리는 황당하고, 결과는 위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친 부장은 대만 문제에서 "우리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사자성어 '부용치훼(不容置喙)'를 인용해 "대만 문제에 대한 타인의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용치훼는 청나라 작가인 포송령의 소설에 등장하는 말로 상대방의 간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표현으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1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왕 대변인의 부용치훼 발언에 대해 "아무 데나 주둥이 놀리지 말라 하는 그런 비속어 비슷한 사자성어"라며 국내에 알려진 것 이상으로 중국 측 반응이 격렬하다는 점도 지적한 바 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22년 8월3일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국이 15일부터 대만의 냉장 갈치와 냉동 전갱이 수입을 재개한다"고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마샤오광(馬曉光) 대변인이 말했다/사진=뉴시스
'中의 발작버튼' 대만 해협 문제, 왜?
대만 문제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직결된 것이어서 중국 정부가 핵심 이익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3연임을 결정하는 중국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무력 사용을 포기한다는 약속은 절대 하지 않는다"며 대만 통일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양안 관계를 남한 관계에 빗대 중국 측이 이 같이 극언을 쏟아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왕 대변인은 "북한과 한국은 모두 유엔에 가입한 주권 국가로,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는 성질과 경위가 완전히 달라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한국 측이 중·한 수교 공동성명의 정신을 제대로 준수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며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 이외에도 많은 국제 사회 리더들이 대만 관련 발언으로 중국 외교 당국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앞두고 시진핑은 바이든과의 전화에서 "중국의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하는 것은 인민의 확고한 의지"라면서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고 말했다.
또 2021년에는 막 퇴임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대만 국책연구원 주최 포럼에 참석해 당시 중국의 대만 침공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던 상황에서 "대만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일본에도 일이 생겼다"며 일본과 미국 안보 동맹에 대만의 국가안보는 일본, 미일 동맹과 한 배를 탔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화춘잉 외교부 당시 대변인은 이에 "더 이상 잘못된 길로 가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논평한 바 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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