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곧 세계 1위 인구대국에 오른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지난 19일 세계인구보고서를 통해 올해 중반쯤 인도 인구가 14억2860만명으로 중국의 14억2570만명보다 300만명 많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로 인해 국제질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했다.
고대부터 인구 규모는 그 나라의 국력을 상징하는 척도였다. 인구가 많으면 노동력이 풍부해 생산력이 좋아지고, 교역 없이 내수만으로도 경제가 돌아가고 발전하게 된다. 또 이웃나라와 전쟁이 일어나도 징병이 쉽고, 군대의 규모도 커지는 등 여러모로 유리했다. 사람과 재화, 정보의 이동속도가 빨라진 요즘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인구 규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 간 무역이나 외교 등 여러 면에서 상대국보다 나은 위치에 서게 만든다.
통상적으로 인구가 증가한다는 것은 출산율이 높고 젊은 층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와 중국 인구 순위를 바꿔놓은 것도 출산율이다. 중국은 십수년 전부터 산아제한 정책을 펴면서 출산율이 1.18명까지 떨어졌다. 더구나 최근에는 고령화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반면 인도는 출산율이 2.01명으로 중국의 두 배에 달한다. 젊은 층 인구도 많다. 세계 25세 미만 인구의 20%가 인도에 산다고 한다. 세계가 인도를 주목하는 이유다.
세계 최저 출산율과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우리나라로선 부러운 얘기다. 1976년 3.0명을 넘었던 우리나라 출산율은 2019년 0.97명으로 1명 이하로 떨어지더니 작년에는 0.78명까지 하락했다. 사회도 너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만 65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정의하는데 우리나라는 획기적 반전이 없다면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2002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지 불과 23년 만이다.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은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100년이 걸렸다. 2005년 초고령사회가 된 일본은 35년이 걸렸다.
한국과 일본이 이처럼 빠르게 초고령사회 진입한 것은 아시아 민족 특유의 '순혈주의' 때문이다. 사회가 선진화되면서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늘고,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다른 민족을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유독 싫어한다.
반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선진국들은 초고령사회임에도 이미 수십년 전 인구감소 위기에서 벗어났다. 프랑스는 수십년 전부터 출산율 감소로 사회가 고통받았지만 1970년대부터 각 나라의 우수 인력을 선별해 이민을 받아들이는 정책을 폈다. 이때부터 인구가 다시 늘고, 출산율도 1.80명(2020년 기준)까지 크게 올랐다. 독일 등 다른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이들 나라의 이민정책 실패와 성공, 국민 공감대 형성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왔다고 했다. 우리도 이제 답을 찾은 것이다. 순혈주의를 고집해 '국가 소멸'의 길을 걸을 것인지, 합리적 이민정책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길을 갈 것인지는 이제 국민들의 선택에 달렸다.
kwkim@fnnews.com 김관웅 생활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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